이름
: 형천(刑天). 원래 이름은 알려지지 않고 황제에게 목이 잘려 형천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신분
: 염제의 신하. 음악의 신.
모습
: 머리가 없이 벗은 몸통만 있다. 젖꼭지가 눈을 닮고 배꼽이 웃는 듯한 입의 형상. 방패와 도끼를 들고 춤을 추고 있다. 형천이 들고 있는 방패에는 치우를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그의 형상과 해가 그려져 있다.
전설 :
1. 염제가 황제에게 패하여 남방상제로 격하되다.
형천은 원래 음악의 신으로 염제 신농의 신하였다.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였으며 염제가 우주를 통치할 때에 염제를 위해 ‘부리(扶犁)’라는 음악을 지었다. 또한 ‘풍년(豐年)’이라는 시가도 지어 그것을 합쳐 ‘하모(下謨)’라 하였다. 그 노래의 제목만 보아도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한 생활을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황제가 강력한 무력으로 염제를 패퇴시키니, 염제는 남쪽 지방으로 쫓겨 가서 남방 상제 노릇을 하고 있어야 했다. 어질고 온화하기만 했던 염제는 분노를 삼킨 채 그냥 그곳에 머물며 다시금 황제와 싸워볼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었다. 형천도 치우처럼 염제에게 병사를 일으켜 황제에게 대항해 볼 것을 권했지만 염제는 그냥 그 상황에 안주하려고 할 뿐, 그의 권고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2. 치우가 황제에게 패하다.
물론 형천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러다가 치우가 거사를 하여 황제에게 대항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니, 그의 가슴 속에서는 희망의 불꽃이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하였다. 자기도 얼른 달려가 그 전쟁에 참여하고 싶었다. 그러나 염제는 그를 가지 못하게 막았다. 더구나 치우가 결국엔 패해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는 소식에 접하게 되자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혼자서라도 달려가야 했다. 가서 황제와 한판 승부를 가려야 했다.
3. 황제에게 도전하다.
그는 염제를 떠나 왼손에는 방패, 오른손에는 도끼를 들고서 황제를 향해 떠났다. 황제의 나라를 지키는 수많은 수문장들과 싸워야 했지만 그들은 모두 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파죽의 기세로 그는 마침내 황제의 궁전에 도착했다. 결국 황제도 보검을 들고 나와 형천과 목숨을 건 싸움을 시작하였다.
구름 속에서 그들은 각각 칼과 도끼를 든 채 목숨을 건 싸움을 벌였다. 긴 시간을 그렇게 싸웠지만 승부는 나지 않았고 어느새 그들은 인간세계로 내려와 서방의 상양산 부근까지 이르게 되었다.
상양산은 본래 염제가 태어난 곳이었는데, 거기서 북쪽으로 멀지 않은 곳에 황제의 자손들이 모여 사는 헌원국이 있었다. 헌원국 사람들은 얼굴에 뱀의 몸을 하고 있었고, 꼬리가 머리를 휘감고 있었다. 황제와 형천은 각각 자기들의 근거지에 가까이 왔기 때문에 더욱 격렬하게 싸웠다.
4. 황제에게 목이 잘려도 굴하지 않다.
그러다가 황제가 형천의 허를 찔러 갑자기 그의 목을 향해 칼을 내리쳤다. 작은 동산처럼 커다란 형천의 머리가 목에서 떨어져 나와 산기슭으로 굴러갔다.
형천은 자기의 머리가 없어진 것을 깨닫자 마음이 몹시 급해졌다. 그래서 오른손에 쥐고 있던 도끼를 왼손에 쥐고 구부리고 앉아 땅을 더듬기 시작했다. 주위의 산을 모조리 더듬으며 그는 자신의 머리를 찾으려 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거대한 나무와 기암괴석들도 형천의 손이 닿기만 하면 잘라지고 부서져 버렸다. 산에는 자욱한 흙먼지가 가득 차고 부러진 나무와 돌덩이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그 모습을 본 황제는 걱정되었다. 만일 형천이 자기의 머리를 찾아 다시 목에 붙이기라도 한다면 분명히 또 황제를 찾아올 것이어서 그야말로 골치 아픈 일이 될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는 보검을 들어 상양산의 가운데를 내리쳤다. 산이 반으로 갈라지니 깊은 골짜기가 생겼고 형천의 머리는 그 갈라진 틈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산은 다시 붙어 하나가 되었다.
땅에 쪼그리고 앉아 자기의 잘려진 머리를 찾던 형천은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그는 자신의 머리가 이미 땅속에 묻혀 다시는 찾을 수 없음을 알았다. 결국 머리를 잃은 형천은 옷을 벗었고 자신의 젖꼭지를 눈으로 삼고 자신의 배꼽을 입으로 삼았다. 그리고 방패와 도끼를 든 채 춤을 추었다.
눈앞에 있을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죽음을 무릅쓴 결투를 계속하는 것이었다. 비록 머리는 잘려졌으나, 그의 몸은 머리를 대신할 수 있었다. 끊임없는 전의에 불타는 거인의 위용은 그야말로 대단한 것이었다. 가슴에 달린 두 눈에서는 분노의 검은 불꽃이 타오르는 듯했고, 배에 달린 큰 입에서는 적을 저주하는 말들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그는 결코 진 것이 아니었다. 그저 그 음모의 칼날에 우연히 머리가 잘려진 것뿐이었다. 그는 절대로 지지 않았다. 그에게는 여전히 싸울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있었다.
비록 그의 적인 황제가 일찌감치 그곳을 떠나 하늘나라로 돌아 가버렸을 지라도, 머리가 잘리어진 형천은 여전히 상양산 부근에서 무기를 휘두르며 싸우고 있었다.
기타 :
동진의 대시인 도연명은 <산해경>에 그려진 형천의 이 같은 모습을 보고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머리 없는 형천, 방패와 도끼 들고 춤을 추니,
그 맹렬한 투지 아직도 남아 있네.
몸은 죽어 근심일랑 없어졌으니,
이렇게 변했어도 후회는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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