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예(羿). 유궁 예(有窮 羿)
신분
: 궁수의 신. 항아의 남편. 원래는 하늘의 신이었으나 하계로 내려와 인간으로 죽었다.
업적 :
1. 대예사일(大羿射日) : 태양을 화살로 떨어뜨려 지상을 구하다.
2. 착치, 알유, 구영, 대풍, 파사, 봉희 등 괴수들을 처치하다.
3. 서왕모에게서 불사약을 구하다.
전설 :
1. 대예사일(大羿射日) : 태양을 화살로 떨어뜨리다.
천제 제준(帝俊)과 태양의 여신 희화(羲和)의 아들들인 태양들은 황금빛 세 발 달린 신성한 까마귀(三足烏-태양의 상징)로 동쪽의 '양곡'이라는 골짜기에서 살고 있었다. 그 곳엔 늘 뜨거운 물이 흘렀는데 거기엔 또 '부상'이라는 큰 뽕나무가 있다. 태양은 나뭇가지에서 매일 아침마다 하나씩 교대로 떠올라 하루 종일 하늘을 돈 후 서쪽 끝의 '우연'이라는 연못에 이르게 되는데 태양이 우연에 닫는 시점이 바로 저녁이다. 이것은 어머니인 태양의 여신 희화가 만든 규칙이었고 이들의 매일매일 행동은 어머니인 희화가 지켜봤다고 한다.
요 임금의 시대에 이르러 오랜 시간 같은 일을 되풀이하다보니 열 명의 아들들은 서로 어울려 놀고 싶어졌다. 그래서 이른 새벽 어머니 희화가 일어나기도 전에 동시에 떠올라 멋대로 공중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지상은 태양열로 인해 불구덩이로 변하였다. 강물이 말라붙고 초목과 곡식이 다 타 죽으니 백성들은 열기로 인한 고통에 갈증과 굶주림까지 그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희화가 잠에서 깨어나보니 자신의 아이들이 집을 떠나 하늘을 헤집고 돌아다니고 있어서 깜짝 놀란 그녀는 아이들을 달래보았지만 처음으로 형제들과 노는 재미와 해방감에 태양들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요임금은 백성들의 고통을 그대로 둘 수 없어 우선 무당을 시켜 10개의 태양을 타일러 말려보도록 했다. 여축(女丑)이라는 이 뛰어난 무당은 기도로써 가뭄을 해결한 적이 많았다. 여축은 푸른 물색 옷을 입고 태양열이 이글거리는 산꼭대기에서 하늘을 향해 기도를 드렸다.
그러나 여축의 간절한 기도에도 아랑곳 않고 10개의 태양은 갈수록 기세를 부렸다. 마침내 여축은 산꼭대기에서 그 뜨거운 태양열을 이기지 못하고 까맣게 타죽고 말았다. 그녀는 죽은 후에도 오른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요임금과 온 백성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요임금은 상제에게 제사를 지내 구제를 요청했다. 뒤늦게야 하계의 엄청난 상황을 파악한 천제 제준은 철부지 아들들의 행동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책임감을 느꼈다.
제준은 곧 가장 활을 잘 쏘는 용사 예(羿)를 불렀다. 그리고 그에게 붉은 활과 흰 화살을 특별히 하사했다. 이 활과 화살은 재앙을 물리칠 수 있는 신비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천제는 예로 하여금 난동을 부리고 있는 태양들을 진정시키고 이 혼란중에 인간을 괴롭히는 괴물들도 퇴치하라고 지시했다.
명을 받은 예는 아내인 항아(姮娥)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문제의 태양을 향해 화살을 겨누게 된다.
이때 태양을 향해 화살을 겨눈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설이 있다.
① 처음엔 말로 설득하려 했으나 아버지인 천제를 믿고 안하무인으로 설쳐대자 예가 화가 나서 쏘았다.
② 지상에 내려오니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어 분노하여 화살을 쏘았다.
③ 제준의 명으로 하늘의 법도를 어긴 죄를 물어 태양들을 쏘았다.
등등.
예는 태양을 향해 화살을 날렸고 10개의 태양 중 하나에 명중했다. 그 태양은 빛을 잃고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 떨어진 모습을 보니 ‘세발 달린 까마귀’(三足烏)였다.
하나의 태양이 떨어지자 그제야 남은 태양들은 갈팡질팡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예는 계속해서 화살을 쏘았고 결국 9개의 태양을 떨어뜨렸다.
여기서 1개의 태양을 남긴 것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설이 있다.
① 인간들이 살아가기 위해 하나는 필요해서 남겨두었다.
② 자식들이 다 죽어가는 것을 참지 못한 천제 제준이 마지막 남은 자식에게 예가 활을 쏘려고 했을 때 팔꿈치를 쳐서 빗나가게 했다.
③ 온 세상이 어두워질 것을 걱정한 요 임금이 화살 한개를 숨겨두었다.
④ 태양을 쏘기 위해 산을 올라가던 도중 산중턱에서 하룻밤 신세 진 집의 노인이 화살 한 개를 숨겼다. 또는, 그 노인의 충고 or 설득으로 예가 스스로 화살 하나를 버리거나 그냥 안 썼다.
등.
삼족오
삼족오(三足烏) 또는 세 발 까마귀는 고대 동아시아 지역에서 태양의 신으로 널리 숭배를 받은 전설의 새이다. 일부에서는 삼족오의 '오'가 까마귀가 아닌 단순히 '검은 새'를 의미한다고도 한다.
2. 괴수들을 물리치다.
태양의 수를 줄인 예는 그 뒤로 세상에서 날뛰고 있는 괴수들을 무찌르기 시작했다.
① 착치(鑿齒)
착치는 수화(壽華)라고 하는 호수에서 살고 있었는데, 끌과 같은 이빨을 가지고 있고 그 이빨로 사람을 잡아먹었다.
과라는 창과 방패를 잘 사용했다.
예는 수화의 들판에서 괴인 착치(鑿齒)와 싸웠다. 이 싸움에서 예는 화살을 사용했고 착치는 창과 방패를 사용했다. 예는 착치의 창을 먼저 화살을 쏴서 부숴버렸고 착치는 예의 화살은 방패로 막으며 날카로운 이빨을 무기삼아 예와 격렬하게 싸웠다. 그러나 계속되는 예의 공격에 송곳니마저 부러져 버렸다. 착치는 예의 화살을 방패로 막으며 곤륜산 동쪽까지 물러났으나 결국 예가 날린 화살에 방패째 머리가 꿰뚫려 죽었다.
② 알유(猰貐)
알유는 원래 하늘의 신으로 사람의 머리와 뱀의 몸을 갖고 있는 모습이었다. 알유가 이부(貳負)라는 다른 신과 다툼이 있었는데 이부의 신하인 위(危)에게 죽임을 당했다. 위와 이부가 알유를 죽이자 황제가 대노하여 그들을 소속산(疏屬山)에 가두고 발에 족쇄를 채우고 두 손을 뒤로 하여 나무에 묶어 두었다.
곤륜의 문을 지키는 개명수(開明獸)의 동쪽에 있는 무팽(巫彭), 무저(巫抵), 무양(巫陽), 무이(巫履), 무범(巫凡), 무상(巫相)이라는 여섯명의 무녀가 있다. 그녀들은 가지고 있는 불사의 약으로 알유를 소생시키려 했으나 뭔가가 잘못되었는지 신이 아닌 괴물로 변해버렸다.
괴물이 된 알유는 용의 머리, 호랑이의 몸, 말의 꼬리를 하고 있으며 털 달린 짐승 중 그 크기가 가장 큰 거대하고, 거대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빠르며 힘 역시 강했다. 게다가 머리도 좋아 풀숲에 숨어 아기우는 소리를 내어 관심을 끌게 하여 가까이 오면 잡아먹었다고 한다.
알유는 소함산(小咸山) 또는 약수(弱水)에 산다고 한다.
예가 알유를 잡으러 갔을때 알유가 아기 울음소리를 내자 거기에 속은 듯 가까이 다가갔다. 알유가 갑자기 나타나 예를 잡아먹으려 하자 기다리고 있던 예는 재빨리 화살을 날려 알유를 잡았다.
③ 구영(九嬰)
구영은 머리가 9개 달린 거대한 구렁이로 입에서 물과 불을 뿜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흉수(凶水)라는 강에서 살며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리스 신화의 히드라와 매우 비슷한 괴물로 생명력도 끈질겨 9개의 머리중 하나만 남아 있어도 다른 머리를 재생시켰다. 예는 결국 9개의 화살을 동시에 날리는 방법으로 구영을 무찔렀다.
④ 대풍(大風)
대풍은 날개로 거대한 바람을 일으켜 집을 무너뜨리고 가축과 사람을 잡아먹는 사나운 괴조였는데 그 정체는 바람의 신인 풍백이라고 한다. 예는 청구(靑邱)라는 지역의 호숫가에서 대풍을 발견하고 화살을 쏘았으나 대풍은 화살을 맞고도 날아가 버려서 예는 자신의 화살에 굵고 긴 줄을 묶은 뒤 화살을 쏘아 대풍을 잡아당겨 도망치지 못하게 땅으로 끌어내린 다음 큰 칼로 대풍의 목을 쳐 죽였다고 한다.
⑤ 파사(巴蛇)
파사는 코끼리를 삼킬 수 있을만큼 커다란 뱀이다. 머리는 파랗고 몸이 검은 구렁이다. 파사 중에는 까만 것도 있고 푸르거나 노란 것도 있는데 모두 오색 무늬가 현란하다.
이 구렁이는 동정호(洞庭湖, 湖南省)에 살며 지나가는 것은 새든 짐승이든 전부 삼켜버렸다.
코끼리를 삼키면 소화에 시간이 걸리는지 3년이 지나서야 그 뼈를 내뱉었다고 한다.
예는 현재의 악양시(岳陽市)부근에서 파사와 치열한 싸움을 벌였다. 예는 파사에게 화살을 쏘아 크고 작은 상처를 입혀 정신을 쏙 빼놓은 다음 칼로 두 동강을 내어 숨통을 완전히 끊어버렸다한다. 파사가 죽자 살이 썩어 없어지고 뼈만 남았는데 어찌나 컸던지 그 뼈가 언덕이 되었을 정도이며 동정호 근처에는 지금도 파릉(巴陵)이라는 언덕이 있다.
⑥ 봉희(封豨)
봉희는 남방의 초나라를 헤집고 돌아다니며 모든 것을 짓밟고 농사를 망치고 민가를 파괴할 정도로 흉포한데 그의 털가죽은 무기마저 튕겨나갈만큼 질기다.
예는 상림(桑林)이라는 신성한 숲에서 참배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멧돼지의 다리에 활을 쏘았고 예가 쏜 화살은 보통의 무기로는 뚫을 수 없는 봉희의 털가죽을 뚫고 화살의 깃 부분만을 남긴 채 깊숙이 박혀 봉희를 쓰러뜨렸다고 한다.
2. 지상으로 떨어져 인간이 되다.
지상에서 모든 과업을 마무리한 예는 다시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 성소인 상림에서 멧돼지를 제물로 바치고, 천제께 그동안의 일을 아뢰고 이제 임무가 끝났으니 천상에 다시 올라가도 좋으냐고 여쭈어보았다. 그러자 천제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제물로 바친 멧돼지조차 거부하였다.
이 이유에 대해 여러가지 설이 있다.
① 천제가 자신의 자식들을 혼내주기만 바랬는데 9명이나 죽여 분노했다.
② 천제가 죽이라고 명을 내렸으나 1명만 죽였어도 될 일을 과하게 9명이나 죽이니 분노했다.
③ 태양을 떨어뜨리고 괴수들을 무찔러 예의 명성이 천제마저 위협하게 되자 질투하여 오르지 못하게 했다.
등등.
이렇게 예와 그의 아내 항아는 신성(神性)을 잃고 지상에 인간으로 남게 된다.
항아는 예 때문에 자신도 천계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한탄하였고 예 역시 지상으로 내려와 온갖 고생을 다했는데 그 대가가 이승으로 추방당하는 것에 의욕을 잃고 방황하였으니 추방당한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원망하는 아내 때문에 예는 집에 머무를 수가 없어 집을 나와 발길이 닿는 대로 천하를 떠돌게 된다.
3. 하백의 아내 복비(宓妃)
예는 이곳저곳 떠돌다가 어느 날 낙수의 강가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한 여인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녀는 바로 물의 신 하백의 아내인 복비(宓妃)였다. 복비는 복희의 딸로서 낙수를 건너다 물에 빠져죽어 낙수(洛水)의 여신이 되었다.
멀리서 보아도 빼어난 미색임을 알 수 있는 복비의 아름다움은 중국의 유명한 문장가들이 두고두고 노래할 만큼 빼어났다고 전해진다.
강가에서 다른 선녀들이 깔깔거리며 유쾌하고 즐겁게 놀고 있는데, 유독 복비만 선녀들과 따로 떨어져 바위 옆에 홀로 서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아름다웠으나 어딘가 쓸쓸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본 예는 그녀와 통성명을 하게 되었다.
그녀의 남편인 하백(河伯)은 빙이(氷夷) 혹은 풍이(馮夷)라고 하는데 잘생긴 외모를 하고 있고 소문난 바람둥이였으며 그런 남편의 바람에 상처를 입은 그녀는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고자 강가를 거닐고 있었던 것이다. 배우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하백은 복비의 부정을 질책하였고 예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하백이 백룡으로 변하여 물위로 솟구치자 강물이 파도쳤고 예는 그 파도 속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하백을 향해 화살을 날려 하백의 왼쪽 눈을 맞췄다.
승부는 예가 이겼으나 불건전한 사랑이었기에 예는 복비의 곁을 떠났다.
예가 집으로 돌아와 항아와 만났을 때 둘은 서로 늙은 것에 충격을 받는다.
항아는 예에게 서왕모가 불사약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그 약을 구해달라고 한다.
4. 서왕모(西王母)에게 불사약(不死藥)을 청하다.
예는 서왕모에게 불사약을 청하기 위해 곤륜산을 오른다.
곤륜산은 약수(弱水)가 감돌고 있는데 약수는 배를 띠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깃털도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약수 밖에는 염화(炎火)산이 있고 산위에는 화염이 주야불식한다. 예는 세상을 덮을 만한 신력과 초인적인 의지로 염산을 넘고 약수를 건너 1만 3천 1백 12보 2척 6촌이나 되는 깎아지른 절벽을 기어올라 곤륜산 정상에 있는 궁전에 다다라 서왕모를 알현했다.
"위대한 신, 서왕모시여, 저는 활 쏘는 예입니다. 저는 열 개의 태양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기고 세상 모든 괴물들을 처치하였습니다. 그러나 천제께서는 저에게 화가 나시어 다시는 천신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게 했습니다. 저에게 불사약을 내려 오래도록 죽지 않는 소원을 이루게 도와주소서."
서왕모는 예의 의지에 경탄하면서 그의 처지를 동정하여 불사약을 건네주면서 말을 했다.
“불사약은 불사나무에서 열리는 불사과로 제련한 것이다. 불사나무는 3천년에 한 번 꽃이 피고 3천년에 과일 하나가 열리며 약을 제련하는데 3천년이 걸린다. 내가 보관하고 있는 약은 한 알 밖에 남아있지 않으니 두 사람이 나누어 먹으면 장생불로할 것이요 한 사람이 먹으며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것이다.”
라며 마지막 남은 불사약을 내어주었다.
예는 불사약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예는 굳이 하늘로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고 항아와 함께 지상에서 행복하게 살길 바랬다. 하지만 항아의 생각은 달라 천상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예는 항아와 함께 길일을 잡아 먹기로 하고 소중히 보관하였는데 항아는 예가 집을 비운 틈에 천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혼자 약을 다 먹고 말았다.
불사약을 먹자 그녀는 몸이 가벼워져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하늘로 올라가던 항아는 남편을 배신한 죄를 지었으니 천상으로 가면 벌을 받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일단 월궁(月宮)으로 향했다.
항아는 지금도 월궁에서 혼자 지낸다는 설과 남편을 버린 죄로 두꺼비로 변해 월궁에서 유배 생활을 한다는 설이 있다.
한편 땅 위의 남편은 자신을 저버린 아내를 원망하였다.
5. 제자에게 배신당해 죽다.
예의 명성을 듣고 많은 이들이 예에게서 궁술을 배우기 위해 찾아왔다. 하늘에게 버림받고 아내에게마저 배신당한 예는 그 괴로움을 제자들을 키우는 것으로 달랬다. 그중 봉몽(逢蒙)이란 이가 가장 뛰어났다. 예는 봉몽에게 눈을 깜박이지 않는 법, 작은 물체도 크게 보는 법, 활 쏘는 법을 차례로 가르쳐 주었다.
봉몽의 명성도 차츰 올라갔다. 그러나 언제나 예 다음이었다.
자신의 실력이 이미 예를 넘어섰다고 생각했던 봉몽은 도량이 좁아 그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조정에 공임(孔壬)이라고 하는 한 간신이 있었는데 예를 제일 시기했다. 하루는 그가 봉몽을 찾아와 봉몽의 실력을 칭찬하며 그와 가깝게 지냈다.
어느날 요임금이 연무장에서 예가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것을 보았다. 공임은 요 임금에게 예와 봉몽의 실력이 뛰어나니 그 둘의 실력을 겨뤄보자고 제안한다.
요 임금은 공임의 제안에 기뻐하며 바로 명을 내렸다. 공임은 봉몽에게 승부에서 이기면 예를 대신해 대장군으로 천거하겠다고 제안했다.
첫번째 시합은 멀리 쏘기 시합이었다. 요는 사병에게 명하여 과녁에 새 한 마리를 그리고 빨간색으로 두 눈을 칠하게 하고 팔백 보 남짓 되는 곳까지 들어 옮겨 새의 눈을 맞히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했다. 그러나 예와 봉몽 모두 새의 눈을 적중시켜 승부가 나지 않았다.
두 번째는 힘 겨루기 시합이었다. 백 개의 동판(銅板)을 포개어 이백 보 남짓한 곳의 탁자 위에 평평하게 올려놓고 동판을 뚫을 수 있는 사람이 승리하는 걸로 했다. 시합을 하자마자 두 사람 모두 동판을 뚫었다.
세 번째는 기교 시합이었다. 요 황제는 대나무 장대 위에 계란 하나를 올려놓고 계란 위에 계란 위에 작은 돌멩이를 올려놓도록 했다. 돌멩이를 쏘아 떨어뜨리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고 계란을 맞히는 사람이 지는 걸로 했다. 예와 봉몽 모두 작은 돌멩이를 쏘아 떨어뜨렸다.
요 황제와 문무백관들은 모두 그들 둘을 활쏘기의 명수라 칭찬했다. 봉몽은 공임이 건넸던 말을 생각하고 전심으로 예에게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공교롭게도 하늘 위로 한 무리 기러기 떼가 날아가고 있었다.
봉몽은 속으로 생각했다. “예를 이길 시기가 왔다.” 그는 화살 세 개를 뽑아 ‘쉬익’하고 기러기 떼를 향해 쏘았다. 앞줄에서 날아가던 기러기 세 마리가 단번에 떨어졌다. 군중은 모두 봉몽의 솜씨가 스승을 초월했다고 칭찬했다. 원래 이 방법은 봉몽의 옛 스승인 감승이 그에게 가르쳐 준 것이었다.
예는 군중이 봉몽에게 갈채를 보내는 것을 보고, 손에 잡히는 데로 다섯 개의 화살을 뽑아 활 위에 순서대로 놓고 ‘쉬익’소리를 내며 하늘로 쏘았다. 방금 봉몽이 기러기 세 마리를 맞춰 놀란 기러기가 사방팔방으로 날아갔으므로 예가 쏜 화살도 동서남북으로 날아갔다.
눈 깜짝할 새에 다섯 마리의 기러기가 땅에 떨어졌다. 요 황제와 대신들은 어떤 이는 잘한다고 외치고, 어떤 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두가 ‘그래도 역시 생강은 오래된 게 맵다니까’하며 칭찬했다.
봉몽은 예가 화살을 이리저리 쏘아 기러기 다섯 마리를 맞히는 것을 보고 사부가 일부러 자신의 위세를 꺾으려 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그를 원망하였다.
이제 실력으로 예에게 이길 수 없다 깨달은 봉몽은 예를 죽이려 마음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봉몽은 사냥에서 돌아오는 예를 미행하다가 그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그러자 예도 화살을 쏘아 자신에게 날아오는 봉몽이 쏜 화살의 촉을 맞추어 떨어뜨렸다. 봉몽이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예를 향해 활을 쏘자 예도 계속해서 같은 방법으로 막아 냈다. 이윽고 예가 가진 화살이 먼저 바닥이 나서, 봉몽의 마지막 화살을 달리 피할 수 없는 절 대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때 예는 이빨로 그 화살을 물어서 막아냈다.
봉몽은 화살로 예를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예에게 잘못했다고 빌었다. 예는 너그러이 그를 용서했다.
봉몽은 그 뒤 겉으로는 예에게 충성을 다했으나 속으로는 다음 기회를 노렸다.
어느날 예가 기러기를 향해 활을 당길 때 봉몽은 뒤에서 복숭아나무 몽둥이로 예를 때려죽였다. 천하의 영웅 예는 이처럼 어처구니없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고야 말았다.
그러나 백성들은 지난 날 예가 자신들을 위해 행했던 위대한 업적들을 잊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를 위해 제사를 바치고 신으로 모셨다.
예는 종포신(宗布神)이라는 신으로 숭배되었는데 이 신은 귀신의 우두머리로서 나쁜 귀신을 쫓는데에 효험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예는 과거 요괴들을 퇴치한 뒤 휘하의 귀신이나 요괴를 자신의 부하로 두었기 때문에 오늘날 요괴가 귀신들은 자신의 우두머리를 때려죽인 복숭아나무를 무서워하며 제사상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소지품 :
적궁백시(赤弓白矢) : 예가 지상에 내려와 임무를 수행할 때 사용한 활과 화살. 원 소유주는 천제 제준이고 임무를 위해 하사받았다. 재앙을 물리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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