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Set, Seth, Setesh, Sutekh, Setekh, Suty)는 이집트 신화에 등장하는 신으로 이집트의 9주신 중의 하나이다. 대지의 신 게브와 하늘의 여신 누트의 자식이며 공기의 신 슈와 습기의 신 테프누트의 손자이고 창조신 아툼-라의 증손자이다. 세트는 아버지 게브의 권위를 이어받기 위해, 모친의 자궁을 찢고 나왔지만 결국 오시리스보다 앞에 태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형제는 오시리스, 이시스, 네프티스가 있고, 대호루스(또는 하르마키스)를 포함하여 5형제라는 설도 있다. 누이인 네프티스와 결혼했다.
세트는 사막과 이방의 신이자 캐러밴(상인집단)의 수호신이며 모래폭풍의 신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신화 속에서는 난폭함, 적대적 존재, 악, 어둠, 전쟁, 폭풍과 같이 강력한 힘 자체로 다뤄진다. 피라미드에서 발견된 문서 중에는, “파라오의 힘은 곧 세트의 힘”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현대에 와서는 악신으로만 여겨지는 불우한 신이지만 사실은 고대 이집트에서 크게 숭배받았다. 상이집트의 수호신이자 주신으로 하이집트를 대표하는 호루스와 함께 상하 이집트의 결합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역대 파라오는 자신들이 호루스와 세트의 후계자라 자처했고 역대 파라오에게 강력함을 부여하는 신으로 지위가 높았다. 세트의 위상이 추락하여 단순한 악신으로 간주받은 것은 이집트 제3중간기 때의 일로 외부세력의 침입과 정복 등으로 정세가 매우 혼란스러울 때의 일이다.
세트는 식물의 성장과 부활의 신인 오시리스의 대응격으로 다뤄진다. 오시리스가 생명의 근원인 나일강을 수호한다면, 세트는 사막을 지배하며 모래바람을 일으킨다고 믿었다. 또한 오시리스의 아들인 호루스가 하늘을 대변한다면 세트는 땅을 다스린다고 여겼다. 세트의 숨결은 땅 속의 지렁이 등에게 활력을 준다고 생각했으며, 대지에 묻힌 광석은 세트의 뼈라고 불렀다. 또한 세트의 힘은 암흑과 혼돈의 신인 아펩을 물리쳤다고 구전되어 믿어져 왔다. 이와 같이 강력한 힘을 가졌다고 여겨진 세트는 호루스의 입장을 점차 대신해, 기원전 3000년대에는 특별히 나일강 하류 이집트의 파라오를 후원하는 신으로서 추앙받게 되었다.
그러나 점차 오시리스가 나일강과 생존에 관련된 중요한 신으로 인지되기 시작하면서, 대역격의 입장을 취하고 있던 세트에게는 악역의 입장이 부여되었다. 그 뒤로 이어진 세트와 호루스의 싸움은 80년간 계속되어, 세트는 호루스의 왼쪽 눈을 빼앗지만, 호루스는 여신 네이트의 도움을 받아 세트의 한 쪽 다리와 성기를 잘라 그를 살해한다.
살해당한 세트는 호루스의 어머니인 이시스에게 지상의 지배권을 빼앗기고 지하 세계에 은둔한다. 세트가 지상에 간섭할 수 있는 경우는 천둥 번개의 형태이며, 지하 세계에서 밤이 되었을 때에 죽음의 세계를 관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얼핏보아 세트의 머리는 자칼의 형상과 같지만, 벽화 등에서 표현된 그의 머리는 땅돼지에 더 가깝다. 그러나 전신이 동물화되어 표현될 때는 마치 그레이하운드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또한 벽화 등에선 일반적으로 네모진 양쪽 귀와 앞이 갈라진 꼬리, 그리고 앞으로 구부러지듯 돌출된 주둥이로 묘사되었다는 이유로 개, 땅돼지, 자칼, 얼룩말, 당나귀, 악어, 돼지 그리고 하마 따위의 동물을 합체시켜 신격화했다는 설도 존재한다.
또 이후 호루스 일가 중심의 전승에서는 세트의 아들이라고 알려져 있는 아누비스가 오시리스와 네프티스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란 부분도 있다.
또한 세트가 폭풍의 신이라는 이유로 우가리트 신화의 바알과도 동일시 되며, 아스타로트나 아낫를 아내로 삼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세트와 관련하여 유명한 신화로는 그의 형제인 오시리스를 살해하는 이야기와 오시리스의 아들인 호루스와의 싸움이 있다.
대지의 신 게브는 사랑하는 하늘의 여신 누트와 만나기 위해 오시리스가 성인이 되자 일찌감치 왕위를 물려주고 하늘로 올라갔다.
오시리스는 이시스와 결혼하여 사람들을 행복하게 다스렸다. 세트는 네프티스와 결혼하고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오시리스를 질투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한편 세트와 결혼한 네프티스는 세트와의 사이에서 자식이 없자 이시스로 변신하여 오시리스를 유혹하여 잠자리를 가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세트는 질투심에 오시리스를 죽일 음모를 꾸미게 된다. 우선 오시리스의 신체를 몰래 조사하여 그의 몸에 딱 맞는 화려한 석관을 만들었다. 오시리스가 이집트를 돌보는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그를 환영하는 잔치를 벌이며 흥이 올랐을 때, 화려한 석관을 내놓으며 이렇게 말한다.
"이 석관에 몸이 맞는 사람에게 이 석관을 주겠소."
너무나 아름다운 석관에 홀린 모든 이들이 그 석관에 자신의 몸을 맞춰보지만 아무도 맞는 사람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오시리스가 그 석관에 들어가자 세트와 그 무리는 석관을 닫아 단단히 봉하고는 나일강에 버려 익사시킨다.
그 석관은 바다로 떠내려가 시리아 해안으로 흘러갔고, 비블로스에 있는 강가에 다다랐다. 그러자 석관에서 타마리스크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줄기로 그 훌륭한 관을 뒤덮었다. 그 나무는 매우 아름다웠으며 좋은 향기를 내뿜었다. 그래서 비블로스의 왕은 그 나무를 베어다가 그의 궁전 기둥으로 만들었다.
한편 남편을 잃은 이시스는 슬픔과 절망 속에서 온갖 곳을 다 찾아헤매다 시리아에 있는 한 도시에 도착하게 된다. 거기서 신비로운 기둥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는, 갖은 노력을 다하여 오시리스가 갇혀있는 관을 찾아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세트는 다시 오시리스의 시신을 빼앗아 열네 조각으로 갈기갈기 찢어 멀리 던져서 찾을 수 없도록 흩어놓았다.
두 번째로 남편을 잃은 이시스는 다시 먼 곳까지 남편을 찾아다녔는데, 이번에는 슬픔에 잠긴 이시스의 여동생 네프티스와 아누비스도 동행했다. 이들 셋은 모든 곳을 샅샅이 뒤졌고 아누비스의 후각을 빌어, 물고기가 삼켜버린 성기만 제외하고는 오시리스의 시체조각을 모두 되찾을 수 있었다.
물고기가 먹어버린 성기는 진흙으로 만들어 오시리스의 시신을 완성해 이시스와 네프티스가 마법으로 그를 되살리고 그 순간에 이시스는 오시리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데 이 아이가 후에 세트와 대항하는 호루스(Horus)이다. 오시리스는 이미 죽은 자이므로 저승으로 되돌아 가 죽은 자의 나라인 두아트(Duat)의 왕이 되었다.
왕위를 빼앗은 세트와 성장한 오시리스의 아들 호루스는 왕위를 놓고 싸움을 벌인다.
둘의 다툼 중엔 성적인 일화도 있다. 세트가 호루스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호루스를 유혹하는데 성공해 같이 잠자리를 든다. 그런데 세트가 사정할 때 호루스는 세트가 모르게 허벅지 사이에 손을 놓아 정액을 낚아채어 나일강에 뿌려 물고기의 밥이 되게 하고 세트가 좋아하는 상추에 몰래 자신의 정액을 뿌리고 먹이는 데 성공. 세트가 신들을 모아놓고 호루스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자신의 정액이 호루스의 뱃속에 있다고 주장하는데, 정액을 소환해보니 나일강 속에 있었다. 호루스가 똑같이 자신의 정액을 부르자 세트의 뱃속에서 답한 건 당연한 결과. 이 정액이 세트의 머리 위에서 원반을 만들었고 이 원반은 토트가 가져다가 자기 머리에 장식했다고 한다.
세트와 호루스의 왕위 다툼 사이에서 신들은 어느 쪽을 편들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오시리스와 이시스 부부의 비서이자 호루스의 후견인인 지식과 시간의 신 토트만이 일관되게 호루스를 지지하고, 아펩에게서 자신을 보호하는 세트를 아낀 태양신 라만이 일관되게 세트를 지지했다. 이에 답답해진 신들이 서둘러 다른 신들에게 해결해 달라고 하자 멘데스 지방을 관리하는 소와 양의 수호자인 바 신의 추천을 받은 사이스 지방의 관리자인 수렵의 여신 네이트가 모두가 좋은 방법을 알려주나 이시스와의 알력으로 인해 오시리스 일가와 사이가 좋지 않던 라가 크게 반대를 해 원점으로 돌아가고... 결국 서로 서로 큰 실수를 저지르며 80여 년을 싸웠다.
80년 간이나 지속된 싸움에 신들도 지쳐버렸고 결국 마지막 경쟁을 하기로 했는데, 돌로 만든 배로 누가 먼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지 경주한 것. 호루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돌로 만든 것처럼 꾸며서 진짜 돌로 만든 배를 몬 세트를 가볍게 이겼는데, 이제야 세트가 호루스를 인정해서 호루스의 승리로 일단락되었다.
다만 이 곳에서 더 이어져 신들이 또 방해를 해 결국 제대로 분노한 호루스가 네이트 여신에게 호소를 하고 네이트 여신이 저승의 오시리스에게 편지를 써서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바로 오시리스 당신 뿐이라고 편지를 보내자 오시리스가 이 편지를 보고 아들 호루스를 해치려는 자들에게 분노해 마지막으로 최후 통첩을 날리는데, "만일 나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호루스를 해치려 하고 그 아이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높은 직책의 신이라도 지하세계로 오게 하겠다!"라 하자 라는 겁에 질려 서둘러 오시리스의 편지를 신들에게 발표한다.
이에 호루스는 제 5대 신황으로 등극하고 세트는 라가 거두어들여 하늘에 거주하면서 태양의 항해를 돕는 자로서 새 직업을 얻는다. 이집트 에드푸 지방에 있는 호루스 신전에서 나온 신화에는 세트는 호루스의 창에 맞아 머리가 잘리나 그 영혼은 죽지 않고 호루스를 해치려 하기 위해 거대한 붉은 하마로 변신하는데 성공하지만 호루스의 마지막 일격에 결국 최후를 맞는 것으로 끝난다.
호루스에게 패하면서 빼앗은 왕위를 돌려준 세트는 이후 태양신인 라가 그를 거두어 하늘을 가르는 자신의 배에 태워주었다. 이후 세트는 패배의 분노를 참지 못해서 가끔씩 고함을 내지르곤 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인간들이 '천둥과 번개'라고 부르는 것이다.
신화 전반에 걸쳐서 그에게 붙는 가장 일반적인 수식어는 '가장 위대한 강력함'이다. 이러한 수식어와 신화 전반에 나타나는 묘사로 알 수 있듯이 매우 강력한 힘을 지닌 전쟁의 신으로 태양신 라가 암흑의 땅을 통과할 때 암흑과 혼돈을 상징하는 뱀 아펩을 물리쳐 태양신 라를 지키는 역할을 맡았다. 허나 라이벌 호루스를 괴롭힐 때에 아펩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 진짜와 달리 라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그 외에도 역대 파라오는 자신이 세트 신의 강력함을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꾸준히 어필했다. 제 18왕조의 부조 중에서는 투트모세 3세가 세트 신에게 무예를 배우는 장면을 묘사했다. 예전부터 호루스는 나일강의 상류를, 세트는 하류를 다스렸다고 믿어진 것을 이용하여 결국 그들의 계승자인 파라오는 이집트의 모든 지역을 다스릴 수 있다는 권위를 내세웠다.
세트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주로 상이집트에서 숭상받았는데 옴보스가 세트 신앙의 중심지였다. 후에 힉소스 왕조가 들어서자 자신들의 전통신과 세트가 유사하다고 생각했는지 힉소스의 근거지인 하이집트의 델타 삼각지 일대에서 세트 신앙이 융성해졌다. 힉소스 왕조와 경쟁하던 제 17 왕조 및 제 18왕조도 전란의 와중에 전쟁신 세트의 가호를 바랐는지 여러 왕들이 신전을 지어서 바쳤다. 후에 제 19왕조를 개창하는 람세스 1세가 바로 세트 신을 받드는 하이집트 출신의 신관 가문이다. 그 때문인지 람세스 1세의 뒤를 이은 왕의 이름이 세티 1세였다. 세티란 '세트 신이 세우신 왕'이란 뜻인데 이후 왕명에 세트의 이름을 넣은 왕이 심심치 않게 출현했다. 이 제 19왕조 시대에는 사막으로 이어지는 관문인 '세페르메루의 지배자'라는 칭호가 더해졌으며 통상 도시와 오아시스의 지배자로 간주되었다.
제 20왕조엔 세트나크테(세트에 의해 승리하다)라는 이름의 파라오가 즉위하게 된다.
그러나 제20왕조가 시작되면서 현대인들이 흔히 기억하는 세트의 악마화, 혹은 추락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조차 비교적 외곽에 있는 주요 지역에서는 여전히 세트를 '도시와 오아시스의 지배자'라 부르며 숭배했다. 그러나 벽화에서 세트의 자칼 머리를 파내고 토트의 따오기 머리를 새겨넣는 짓들을 후대에 많이 했다고 한다. 신화상으로 이시스 및 호루스와 대립되는 관계이기 때문에 프톨레마이오스 왕조 시대에 이시스에 대한 숭배가 유행하면서 악신의 성격이 강해졌고, 고대 로마에까지 이시스 신앙이 성행하면서 악신으로 널리 알려져 현대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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