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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이야기/북유럽

구드룬(Guðrún, Kriemhild) - 시구르드의 아내.

by 별빛아재 2023.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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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구드룬 규카도티르(Guðrún Gjúkadóttir, 규키의 딸 구드룬)

의미는 (Guð)의 룬(혹은 비밀스런 지식) 또는 전투(gunnr)의 룬(비밀, 지식)

독일에서는 크림힐트(Kriemhild)라고 부른다.

 

신분 :

니플룽 가문(Niflunga)

부르군트 족의 공주

고트 족의 여왕

 

가족 :

아버지는 부르군트 족의 왕 규키(Gjúki)

어머니는 마녀 그림힐드(Grímhildr)

형제로 군나르(Gunnar), 호그니(Hǫgni), 이복형제 구토름(Guthormr)이 있다.

첫번째 남편은 영웅 시구르드(Sigurðr), 사이에서 아들 시그문드(Sigmundr)와 딸 스반힐드(Svanhildr)를 낳았고,

두번째 남편은 훈족의 왕 아틀리(Atli), 사이에서 두 명의 아들 에르프(Erp)와 에이틸(Eitil)을 낳았고,

세번째 남편은 요나크(Jónakr), 사이에서 아들 함디르(Hamðir), 소를리(Sǫrli), 에르프(Erpr)를 낳았다.

 

전설 :

<  구드룬과 시구르드. 출처 : 구글 검색 >

1. 남편 시구르드가 죽기 전

구드룬은 부르군트 족을 다스리는 니플룽 가문의 규키 왕의 딸로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는 여인이었다. 어느날 시구르드라는 영웅이 많은 보물을 가지고 찾아왔다. 규키 왕과 일족은 그를 환영해주었고 왕비 그림힐드는 그가 용맹한 전사이며 잘생기고 건장한 영웅이고 많은 보물을 가졌기에 그녀의 딸 구드룬과 맺어지길 원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미 브륀힐드라는 결혼을 약속한 여인이 있었으니 구드룬이 뛰어난 미녀이긴 했으나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도 가지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아무런 진전이 없자 그림힐드는 맥주에 기억을 잃는 마법의 약을 타서 그에게 권했다. 시구르드는 약을 탄 맥주라는 사실을 모른 채 마셨고 브륀힐드에 대해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런 다음 구드룬에게 시구르드의 술시중을 시켰는데 그 뒤로는 쉬운 일이었다. 아름다운 구드룬에게 마음을 빼앗긴 시구르드는 얼마 후 그녀에게 청혼을 했고 그 둘은 결혼을 약속했다. 니플룽 가문의 모두가 축복해주었다. 구드룬의 형제 군나르와 호그니는 시구르드와 서로에게 충성의 맹세도 맺었다. 그들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서로 행복할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  크림힐드와 군터(1807).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 출처 : 구글 검색 >

얼마 후 규키 왕이 죽고 군나르가 왕위에 올랐다. 군나르는 훈족의 왕 부들리(Budli)의 딸 브륀힐드를 아내로 삼고 싶어 시구르드와 병사들을 이끌고 찾아갔다. 부들리 왕은 죽고 브륀힐드의 오빠 아틀리(Atli)가 왕이 되어있었는데 군나르가 아틀리 왕에게 브륀힐드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자 그는 브륀힐드 그녀에게 직접 얘기하라고 한다. 그래서 군나르와 시구르드 일행은 그녀가 살고 있다는 탑으로 찾아갔다.

 

그 탑의 주변은 불의 장벽으로 둘러쌓여 있었는데 브륀힐드는 그 불을 넘어올 수 있는 용기있는 남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녀는 오직 시구르드만이 넘을 수 있을 것이라 이렇게 선언한 것이다. 군나르는 물론 용맹한 전사였으나 그가 타고 있는 말은 그렇지 못했다. 군나르가 아무리 불을 뛰어넘으려 해도 말이 겁을 먹어 뛰어넘을 수 없었다. 시구르드의 말 그라니(Grani, 잿빛)는 그 불을 뛰어넘을 수 있었지만 이 말은 시구르드 이외에는 누구도 등에 태우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시구르드가 군나르로 변신해 대신 뛰어넘어 그녀를 맞이하기로 했다.

 

군나르로 변신한 시구르드가 불의 장벽을 뛰어넘어 탑 앞에 이르자 브륀힐드는 시구르드가 온 줄 알고 그를 맞이하기 위해 내려왔다가 왠 낯선 사내가 보이자 누구인지 물었다. 기억을 잃어 브륀힐드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구르드는 자신을 군나르라고 소개하고 맹세대로 자신을 남편으로 맞아줄 것을 요구했다. 맹세를 어길 수 없었던 브륀힐드는 할 수 없이 군나르와 결혼하기로 하고 탑에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다.

그날 밤 시구르드와 브륀힐드가 같이 누웠는데 시구르드가 칼을 그녀와의 사이에 두고 그녀를 건드리려 하지 않았다. 브륀힐드가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죽게 된다는 예언을 들었다고 변명했다.

 

다음 날, 시구르드는 그녀와 약속의 증거로 반지를 서로 교환했다. 시구르드가 반지를 주자 그녀는 가진 반지가 없어 예전에 시구르드에게서 받은 안드바리의 반지를 주었다. 시구르드는 그 반지를 가지고 군나르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 다시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왔고 군나르는 브륀힐드와 결혼하게 되었다.

 

군나르는 브륀힐드와 맺어지고 시구르드는 구드룬과 맺어져 아들 시그문드를 낳았다. 시구르드는 구드룬에게 결혼 선물로 자신이 일부만 먹고 남겨둔 파프니르의 심장을 주었다. 구드룬은 이 심장을 먹고 현명해졌으나 심성이 냉혹해졌다고 한다.

브륀힐드는 자신의 옛애인 시구르드가 구드룬과 맺어져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만 보았다. 자신에 대한 것은 완전히 잊은 채 구드룬과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자 분노와 질투가 끓어올랐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참고 살았다. 그러나 결국 파국은 찾아왔다.

< 브륀힐드와 구드룬 (1893), 안데르스 조른. 출처 : 구글 검색 >

브륀힐드와 구드룬이 함께 강에 머리를 감으러 간 어느날, 브륀힐드가 구드룬에게 당신의 남편이 내 남편의 아랫사람이니 자신이 상류에서 머리를 감겠다고 말한다. 그러자 구드룬은 자신의 남편이 더 용감한 사람이니 자신이 상류에서 머리를 감겠다고 말했다. 브륀힐드는 자신의 남편이 더 용감하다고 말하며 불의 장벽을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구드룬은 자신의 남편이 더 용감하다는 말을 하고싶은 욕심에 그만 그 불을 뛰어넘은 사람이 자신의 남편 시구르드라고 말해버리고 만다. 브륀힐드가 거짓말이라고 구드룬을 비난하자 증거로 자신이 가진 안드바리의 반지까지 보여주었다. 그 반지는 군나르가 불의 장벽을 뛰어넘어 그녀와 결혼약속의 증거로 서로 교환한 반지였다. 시구르드는 그 반지를 구드룬에게 선물했는데, 브륀힐드의 입장에선 자신의 남편 군나르의 손에 있어야 할 반지가 구드룬에게 있자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브륀힐드와 구드룬. 출처 : 구글 검색 >

브륀힐드는 시구르드가 자신을 잊기만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다른 사내에게 떠넘기기까지 했다는 사실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온 브륀힐드는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 누웠고 군나르가 찾아와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녀는 답을 하지 않았고 소식을 들은 시구르드가 찾아와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 때는 시구르드도 기억을 되찾은 상태였다. 시구르드는 자신이 기억을 잃어 일이 이렇게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구드룬과 헤어지고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맹세까지 동원하여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설득했지만 브륀힐드는 이미 늦었다며 거부한다.(브륀힐드는 속은 것이지만 맹세를 어겼으니 스스로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브륀힐드는 군나르에게 찾아와 시구르드가 (군나르의 모습으로 자신을 찾아온 날) 자신과 동침을 했으니 자신은 남편을 둘이나 모시게 되었다며 자신을 죽이든, 시구르드를 죽이든, 아니면 군나르 스스로 자결하든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군나르는 호그니를 불러 이 일을 상담했다. 군나르가 시구르드를 죽일 의사를 보이자 호그니는 처음에 반대했다. 시구르드의 능력이 뛰어나 왕국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나르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시구르드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자신들은 시구르드와 서로 충성의 맹세를 했으니 직접 죽일 수 없어 맹세를 하지 않은 동생 구토름에게 독사와 늑대의 살점을 달여 만든 약을 먹여 난폭하게 만든 뒤에 시구르드를 죽이게 한다.

< 크림힐드가 지그프리드의 시체를 발견하다.(1817) 요한 하인리히 퓌슬리. 출처 : 구글 검색 >

그날 밤, 모두가 잠든 밤에 시구르드의 침실에 들어온 구토름이 자고있는 시구르드의 어깨를 찔렀다. 시구르드는 용의 피를 뒤집어써 상처를 입지 않는 몸이 되었지만 잎사귀 한장이 한쪽 어깨를 가려 약점이 되었다. 자다가 난데없는 공격을 받은 시구르드는 반사적으로 배게 밑에 둔 칼로 반격을 해서 구토름을 죽였다. 그러나 상처가 너무 커 시구르드도 죽게 되었다. 소란에 잠이 깬 구드룬은 구토름이 죽어있고 시구르드도 죽어가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시구르드는 자신은 군나르를 배신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죽었다. 게다가 복수를 걱정한 형제는 구드룬과 시구르드의 아들인 시그문드까지 죽였다.

 

시구르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브륀힐드는 스스로를 찔렀다. 군나르가 쓰러진 브륀힐드를 발견하고 당신이 원하는데로 시구르드를 죽였는데 왜 자살하느냐고 물었다. 브륀힐드는 자신의 사랑은 오직 시구르드 뿐이었다며 자신과 시구르드를 함께 화장해 달라고 부탁하고 죽었다.

 

2. 남편 시구르드가 죽고

동시에 남편과 아들과 동생을 잃은 구드룬은 장례를 치르는 동안에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남편 시구르드의 보물 대부분은 군나르, 호그니가 차지했다. 구드룬에게는 딸 스반힐드만이 남았다. 그녀는 딸을 어머니에게 맡기고 덴마크의 할프(Hálfr) 왕의 궁정으로 가서 하콘(Hákon)의 딸 토라(Þóra)와 함께 자수를 하면서 3년을 보냈다.

 

그사이 어머니 그림힐드는 딸 구드룬의 남편과 아들을 죽인 범인이 자신의 아들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누이에게 보상하라고 꾸짖었다. 오빠들은 덴마크의 구드룬에게 선물을 여러 번 보냈으나 그녀에게 아무 위안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갖은 노력 끝에 그녀를 고향으로 불러들일 수 있었다.

 

3. 아틀리의 아내가 되다.

한편, 훈족의 왕인 아틀리(Atli)는 자신의 여동생 브륀힐드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물어왔다. 니플룽 가문은 그에 대한 보상으로 구드룬을 아틀리에게 시집보내기로 했다. 그러나 남편과 자식을 잃은 원한이 있는 구드룬이 순순히 시집을 갈 리가 없었다. 그림힐드는 다시 구드룬에게 망각의 약을 먹여 시구르드에 대한 기억과 형제들의 원한을 잊게 만들고 아틀리에게 시집보냈다. 시구르드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스반힐드는 아틀리의 궁으로 가지 않고 요나크(Jonakr) 왕의 궁전에 맡겨졌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 아틀리와 구드룬 사이에서 두 아들인 에르프(Erp)와 에이틸(Eitil)이 태어났다.

(Ps.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틀리와 구드룬 사이가 썩 좋았을 것 같지 않다. 배상으로 팔려온 구드룬이나, 동생을 잃고 배상으로 받은 아틀리나,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후 아틀리는 시구르드의 유산을 탐내 구드룬의 형제들을 죽이기까지 한다.)

 

운문 에다의 구드룬의 세번째 시(Guðrúnarkviða III)에서, 아틀리의 첩인 헤르캬(Herkja)가 구드룬이 아틀리의 궁정에 머무르던 티드렉과 바람을 피웠다며 누명을 씌우는 일이 벌어진다. 아틀리는 분노하여 그녀를 간통죄로 비난하지만 구드룬은 그들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그녀는 끓는 가마솥에 손을 넣어 바닥에서 보석을 꺼냈다. 아틀리는 그녀의 손에 아무런 상처가 없자 그녀의 결백을 믿게 되었고 헤르캬에게도 똑같이 해보라고 시켰지만 그녀는 손에 화상을 입어 감히 왕비를 모함한 죄로 늪에 던져져서 처형당한다.

4. 형제들을 잃다.

아틀리는 시구르드의 보물에 대해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시구르드의 유산에 대한 정식 상속자는 구드룬이며 그녀는 현재 자신의 아내이니 자신에게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군나르와 호그니를 초청해 그들에게서 보물을 빼앗을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생각을 알게된 구드룬은 아틀리가 보내는 사신에게 자신의 선물을 같이 보냈다.

 

군나르에게 도착한 크네프뢰트라는 이름의 사신은 아틀리의 초청을 이야기하며 구드룬의 선물을 전달했다. 아틀리 왕의 힘이 강력한지라 거절할 수 없었던 군나르는 동생의 선물을 확인하고 이상함을 느꼈다. 그 선물이란 늑대의 털로 감싼 반지였다. 호그니가 그것을 보고 동생의 경고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군나르는 아틀리의 초청에 응하기로 결정했다.

시구르드의 보물은 일찍부터 라인 강 깊숙이 두사람만 아는 곳에 숨겨둔 상태였다.

 

군나르 왕이 훈족의 나라로 신하들과 함께 출발했다. 아틀리의 궁에 도착하자 소식을 들은 구드룬이 찾아와 자신의 경고를 왜 무시했느냐며 물었다. 군나르는 여기까지 왔으니 이미 늦었다고 답한다. 아틀리가 군나르의 전남편의 복수를 명분으로(실제로는 보물을 빼앗기 위해) 군나르 일행을 공격하려 했다. 구드룬이 사이에서 중재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전투는 벌어지고 만다. 구드룬은 오빠들과 함께 싸웠으나 결국 패배하고 군나르와 호그니는 붙잡혔다.

 

아틀리는 먼저 군나르를 데려와 황금을 내고 목숨을 살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군나르는 호그니의 심장을 가져오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아틀리는 차마 호그니의 심장을 꺼내지 못해 하인의 심장을 꺼내 그에게 주었다. 그러나 군나르는 그 심장은 호그니의 것이 아니라며 믿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아틀리는 호그니의 가슴을 갈라 심장을 꺼냈다. 그렇게 호그니는 죽었다. 대담한 용사였던 호그니는 이렇게 죽는 순간에도 웃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사발에 담긴 호그니의 심장을 보고 이건 호그니의 심장이 맞다고 군나르가 말했다.

 

아틀리는 군나르에게 다시 황금을 내고 목숨을 사라고 권했다. 그러나 군나르는 이제 자신말고는 보물의 위치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아틀리는 군나르를 사슬에 채우도록 명령했다. 구드룬이 나서서 그의 목숨을 살려줄 것을 간청했으나 아틀리는 부하들에게 군나르를 뱀들이 우글대는 구덩이에 던지라고 명령했다. 구드룬이 급히 하프를 군나르에게 던졌다. 손이 묶인 군나르는 발가락으로 하프를 켰는데 그 소리에 대부분의 뱀이 잠들었으나 귀가 먼 독사 한마리가 군나르를 물어 죽인다.

 

오빠들이 죽자 구드룬은 몹시 슬퍼했고 아틀리는 보물을 주겠다며 그녀를 위로했다. 구드룬은 순순히 그 말을 따르는 듯했다.

< 구드룬이 아틀리의 궁에 불을 피우다. Edward Burne-Jones. 출처 : 구글 검색 >

5. 구드룬의 복수

목적한 보물을 얻지는 못했지만 전투를 치른 부하들을 위해 잔치를 열었다. 구드룬은 복수를 위해 아틀리와 자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들을 죽이고 그들의 두개골은 잔으로 쓰고, 피는 포도주에 섞고, 심장은 요리해서 아틀리에게 먹였다. 모두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잠이 들었고 아틀리도 잠이 들려는데 구드룬이 다가와 그가 먹은 음식들은 두 아들의 심장이라고 귀에 속삭였다.

 

놀란 왕은 너무 취해 몸을 가눌 수 없어 그녀가 잔인하다고 비난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순간 숨어있던 호그니의 아들이 뛰쳐나와 아틀리 왕을 칼로 찔러 죽였다. 구드룬의 계획이었다. 아틀리의 부하들은 왕이 죽은 것도 모르고 모두 술에 취해 자고 있었다.

 

구르룬과 호그니의 아들은 밖으로 나가 홀의 문을 잠갔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장작에 불을 붙였다. 안에 있던 아틀리의 부하들은 모조리 불에 타 죽었다. 니플룽족에 뒤이어 훈족도 이렇게 최후를 맞이했다.

이후 (구드룬이 여기서 불속에 몸을 던져 같이 죽는다는 전승도 있지만) 구드룬은 죽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었다.

 

6. 딸을 잃다.

불을 지르고 자신도 죽을 생각으로 바다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그녀의 운명은 그녀에게 죽음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파도에 떠밀려 요나크(Jonakr) 왕의 나라에 도착했다. 시구르드와 그녀 사이에서 태어난 스반힐드를 맡이 기르고 있던 요나크 왕이 그녀를 발견해 보호했다. 요나크 왕의 보호 아래에서 오랜만에 만난 딸인 스반힐드와 함께 생활하니 그녀도 불행한 과거에서 차츰 회복하는 듯 했다. 요나크 왕이 그녀에게 청혼했고 결혼해 아들 셋을 낳았다. 아들의 이름은 함디르(Hamdir), 소를리(Sorli), 에르프(Erp)였다.

(여기서 에르프는 구드룬의 아들이 아니라 요나크 왕의 첩의 아들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래서 형제 간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스반힐드도 아름다운 처녀로 자랐다. 그녀는 최고의 미녀로 칭송받았으며 특히 아버지 시구르드의 뱀처럼 날카로운 눈을 이어받아 어지간한 이가 아니고선 감히 그녀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녀의 미모에 소문이 퍼지고 그 소문을 들은 요르문레크 왕이 스반힐드를 아내로 맞이하고자 했다. 그에게는 란트버(Randver)라는 다자란 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구혼 사절로 찾아왔다. 구드룬은 남편과 상의하여, 비록 요르문레크 왕이 나이가 많긴 하지만 부강한 나라의 왕이었으므로 요르문레크 왕에게 시집보내기로 했다.

 

형식을 갖추어 구혼 사절단과 스반힐드를 함께 떠나보냈다. 요르문레크 왕의 아들인 란트버가 새로운 왕비가 될 그녀를 데리고 여행을 이끌었는데 젊고 건장한 청년인 그가 스반힐드와 더 어울려 보였다. 사절단에는 비키라는 요르문레크 왕의 신하가 있었는데 그가 란트버를 찾아와 그가 스반힐드와 더 잘 어울린다며 그를 떠보았다. 란트버는 그의 말을 거절하였다.

요르문레크 왕과 결혼한 스반힐드는 왕비가 되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키가 왕에게 란트버와 스반힐드 사이를 모함하여 고했다. 늙은 왕은 자신보다 아들이 스반힐드에게 더 어울린다는 생각에 질투에 빠져 아들을 교수형에 처하라고 명령했다.

 

자신을 잡으러 온 병사들에게 란트버는 자신의 매의 깃털을 죄다 뽑아서 아버지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고는 죽었다. 아들의 매를 받은 요르문레크 왕은 자신은 이미 늙었고 왕국을 이어받을 후계자는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절망한 왕에게 비키가 다가와 다시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은 스반힐드라며 그녀를 죽이라고 꼬드겼다. 다시 그의 말에 넘어간 왕은 그녀를 말발굽으로 밟아 죽이라고 명령했다. 병사들이 그녀를 묶고 말을 달렸으나 시구르드의 눈빛을 이어받은 스반힐드의 눈빛에 말들이 겁에 질려 그녀를 짓밟으려 하지 않았다. 비키는 그녀의 머리에 자루를 씌워서 눈빛이 보이지 않게 한뒤 그녀를 죽였다.

젊고 아름다운 스반힐드는 이렇게 비참하게 짧은 삶을 끝냈다.

< 아들들을 선동하는 구드룬. 출처 : 구글 검색 >

7. 구드룬의 복수2

구드룬이 이 소식을 들었다. 스반힐드는 시구르드의 마지막 핏줄이다. 구드룬은 세 아들을 불러 너희들의 누이인 스반힐드의 복수를 하라고 부추긴다. 그들의 외삼촌인 군나르나 호그니였다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힌다. 함디르는 구드룬이 지금까지 시구르드를 배신한 외삼촌들을 비난해 왔다고 말하고 아틀리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식들까지 죽인 것은 사악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결국 세 아들들은 스반힐드의 복수를 하러 떠나기로 한다. 구드룬은 그들에게 결코 철로는 뚫을 수 없는 갑옷을 주고 두사람이 팔다리를 자르고 한사람이 머리를 자르라고 당부했다.

 

요르문레크의 왕국으로 가던 중에 함디르는 에르프에게 자신들을 도울 능력이 있는지 물었다. 에르프는 충분히 도울 수 있다고 답했으나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그들은 시비가 붙어 결국 에르프를 죽이고 만다.

 

요르문레크의 왕국에 도착한 함디르와 소를리는 밤을 틈타 왕궁에 침입했다. 요르문레크 왕은 술에 취해 잠들어 있었다. 두 형제는 동시에 달려들어 왕의 팔다리를 잘랐다. 갑작스런 공격에 잠이 깬 왕은 고래고래 병사들을 불렀다. 그제야 목을 자를 사람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부하들이 몰려와 형제들을 공격했다. 창칼로 찌르고 베었으나 그들은 상처를 입지 않았다. 철로는 뚫을 수 없는 갑옷 덕택이었다. 그때 회색 머리카락의 애꾸눈 노인이 나타나 철로는 그들을 죽일 수 없는데 어리석다고 말한다. 왕은 그에게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었고 돌로 쳐죽이라고 답한다. 왕의 명령에 병사들은 돌을 그 형제들에게 던졌고 결국 두 형제는 돌에 맞아 죽었다. 팔다리가 잘린 요르문레크 왕도 상처가 심해 결국 죽었다.

< 크림힐드의 죽음.(1911) 카를 슈몰 폰 아이젠베르트. 출처 : 구글 검색 >

한편 아들들을 떠나 보내고 구드룬은 병사들을 불러 장작을 높이 쌓으라고 명했다. 첫사랑인 시구르드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도 잃었다. 자신이 낳은 아들들은 모두 죽거나 사지로 내몰았다. 이제 나이도 들어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도 없었다. 구드룬은 자신의 불운한 삶을 한탄하며 높이 쌓은 장작 앞에서 죽은 남편 시구르드를 부르며 자신도 데려가달라고 말한다.

이렇게 니플룽 일족은 완전히 사라졌다.

 

기타 :

1. 시구르드와 브륀힐드는 죽어서 오딘의 발할라로 가지 못했다. 라그나로크를 대비하기 위해 오딘이 발할라에 전사들을 모았지만 가장 강한 전사 중 한명인 시구르드가 가지 못한 것은 아이러니이다. 시구르드와 브륀힐드는 헬에서 다시 만나 계속 함께 했다. 구드룬이 죽어서 그들과 만났는지는 알 수 없다.

2. 구드룬이 불행한 운명을 타고 났지만 마냥 피해자라고 볼 수는 없다. 시구르드와 브륀힐드의 사랑을 어머니 그림힐드가 파토냈으며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그와 결혼해 브륀힐드에게 사실을 폭로한 점이나, 복수를 한답시고 자기 자식을 죽이는 잔인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3. 구드룬의 세번째 남편인 요나크 왕은 '안드바리의 반지'의 저주의 여파인지 아내와 수양딸과 세 아들을 모두 잃은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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