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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이야기/북유럽

헬기(Helgi) - 부활하는 영웅

by 별빛아재 2023.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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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기와 시그룬(1901). 요하네스 게르츠(Johannes Gehrts) >

이름

 : 헬기(Helgi, 신성한 자)

헬기 효르바르드손(Helgi Hjǫrvarðsson, 효르바르드의 아들 헬기)

헬기 훈딩스바네(Helgi Hundingsbane, 훈딩을 죽인 자)

 

신분

: 부활하는 영웅

 

가족 :

1. 헬기 효르바르드손

아버지는 글래시룬드의 왕 효르바르드(Hjörvarðr)

어머니는 스바바 왕국의 공주 시그를린(Sigrlinn)

이복형제 헤딘(Heðinn), 훔룽그(Humlungr), 히믈링그(Hymlingr)가 있다.

아내는 에일리미 왕의 딸 발키리 스바파(Sváfa, Swawa, Svava)

 

2. 헬기 훈딩스바네

아버지는 볼숭 가문의 왕 시그문드(Sigmundr)

어머니는 보르그힐드(Borghildr)

형제로 하문드(Hámundr)

이복형제로 신표틀리(Sinfjǫtli), 시구르드(Sigurðr)가 있다.

아내는 호그니 왕의 딸 발키리 시그룬(Sigrún)

 

업적 :

1. 훈딩 일족을 죽이다.

2. 발키리 시그룬과 환생하며 사랑을 이어가다.

 

전설 :

1. 헬기 효르바르드손(Helgi Hjǫrvarðsson, 효르바르드의 아들 헬기)

1-1. 탄생

노르웨이의 글래시룬드(Glasilund)를 통치하는 왕 효르바르드(Hjörvarðr) 아름다운 아내를 이미 셋이나 두었다. 그들과의 사이에 태어난 자식도 여럿이었다. 첫번째 아내 알프힐드(Alfhildr)에게서 아들 헤딘(Heðinn), 둘째 아내 새레이드(Særeiðr)에게서 아들 훔룽그(Humlungr), 셋째 아내 신료드(Sinrjóð)에게서 아들 히믈링그(Hymlingr)를 낳았다.

 

그럼에도 효르바르드 왕은 수에비(Suebi) 족의 나라 스바바(Svavaland) 왕국을 다스리는 스바프니르(Sváfnir) 왕에게 아름다운 딸이 있다는 소식을 듣자 그녀를 또 아내로 맞기 위해 이드문드(Idmund) 백작의 아들 아틀리(Atli)라는 아끼는 신하를 스바바 왕국으로 파견했다.

 

아틀리라는 젊은 용사였는데 그는 사절단을 이끌고 스바바 왕국으로 가서 한 해 겨울을 그곳에서 보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공주의 이름은 시그를린(Sigrlinn)이었다. 하지만 아틀리는 겨울이 다 지나도록 공주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스바바 왕국에는 프란마르(Fránmarr)라는 신하가 있었는데 그가 그의 딸과 함께 공주를 교육하는 일을 맡았다. 프란마르는 왕과 공주에게 거듭 이 청혼을 거절하라고 조언했다. 프란마르의 방해로 아틀리는 구혼에 실패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말을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에 아틀리는 어떤 숲에 이르러 나무 아래 잠깐 쉬었다. 그때 나무 위로 새가 한마리 날아와 스바프니르의 딸 시그를린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했다. 아틀리는 새에게 자세히 말해달라 부탁했고 새는 자신에게 제물을 바치겠다고 약속하면 알려준다고 했다. 새는 시그를린이 왕에게 안긴다면 사원 하나와 성소 여럿, 그리고 황금으로 뿔을 장식한 암소를 달라고 요구했다. 아틀리는 약속했고 새는 공주를 아내로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왕에게 돌아가 효르바르드 왕에게 자초지종을 보고했다. 왕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청혼하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번보다 훨씬 많은 사람으로 구성된 사절단을 이끌고 아틀리와 함께 길을 나섰다. 그들이 스바바 왕국이 내려다보이는 산 위에 도착하자 스바바 땅에 불길과 연기와 흙먼지가 자욱했다. 왕은 부하들을 이끌고 산을 내려가 평지에 이르렀으나 싸움을 피하기 위해 강가에 야영지를 마련했다.

 

아틀리가 몇몇 부하들과 먼저 강을 건너 앞길을 나섰다. 밤이 되어 야영을 하는데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있다가 문득 강변 숲에 궁금증이 일어 들어가 보니 커다란 집이 한채 있고 집 앞에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나무 위에 앉아 자고 있었다. 마치 보초를 서다 잠든 듯 했다. 아틀리는 큰 새를 수상하게 생각해 창을 던져 죽였다. 그런 다음 안으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아가씨 둘이 인기척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그중 알로프(Alof)라는 아가씨가 아틀리에게 그간의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이웃 나라의 흐로드마르(Hróðmarr) 왕도 시그를린에게 청혼을 했는데 프란마르의 반대로 실패했다. 그러자 흐로드마르 왕은 강제로 공주를 데려가기 위해 병사들을 이끌고 쳐들어와 공주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그러나 스바프니르 왕은 끝까지 거절했고 이에 격분한 흐로드마르 왕은 스바프니르 왕을 죽이고 도시를 약탈했으며 시그를린 공주를 찾았다. 프란마르가 공주를 데리고 도망쳐 이 숲에 몸을 숨겼고 공주를 찾지 못한 흐로드마르 왕은 군대를 물리고 돌아갔다고 한다.

 

알로프는 프란마르의 딸이었고 밖의 커다란 새는 프란마르가 변신한 것이었다. 아틀리는 시그를린 공주와 알로프를 데리고 효르바르드 왕에게 돌아갔다.

 

효르바르드 왕 일행은 공주와 알로프를 데리고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왕은 시그를린을 왕비로 삼고 아틀리는 알로프를 아내로 삼았다. 효르바르드 왕과 시그를린 사이에 아들이 태어났다. 그런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름도 없었다. 15살이 될 때까지 이름도 말도 없는 소년으로 자라났다.

 

1-2. 이름을 얻다.

어느 날 젊은이가 언덕 위에 홀로 앉아 하늘을 쳐다보는데 발키리 9명이 말을 타고 지나갔다. 그중 가장 아름다운 발키리가 그를 헬기(Helgi)라 부르며 훗날 가장 강한 전사가 될 것이며 많은 보물을 가질 운명을 가졌으나 계속 침묵을 지킨다면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발키리의 이름은 스바파(Sváfa, Swawa, Svava)였다.

 

그러자 소년은 갑자기 말문을 열어 이름을 주었으니 선물도 같이 달라고 요구한다. 또한 당신 말고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에 발키리가 답하길, 시가르(Sigarsholm) 섬에 46개의 칼이 있는데 그중 가장 훌륭한 칼을 찾으라고 말한다. 그 칼은 황금으로 장식되었으며 손잡이에 고리가 달렸고 칼날에는 핏빛 뱀이 새겨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검을 휘두르는 자에게는 용기를, 상대에게는 두려움을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그리고 발키리는 사라졌다.

 

소년은 헬기라는 이름을 얻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헬기가 아버지를 찾아가 외할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고 한다.

효르바르드는 허락했다. 헬기는 발키리가 알려준대로 먼저 시가르 섬에 가서 보검을 찾았다. 그리고 아버지의 군대를 거느리고 흐로드마르 왕을 쳐부수러 길을 나섰다. 용사 아틀리와 부하와 함께 여러 척의 함선을 거느렸다.

 

헬기는 경험 많은 아틀리의 도움을 받아 원수의 왕국을 파괴하고 흐로드마르 왕을 죽였다. 보물을 되찾고 많은 보물을 가져왔다. 그는 왕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먼 나라들을 돌며 모험을 계속했다.

언젠가부터 그가 싸울 때면 발키리들이 나타나 그를 보호해 주었다.

 

1-3. 흐림게르드

헬기가 한번은 앞길을 가로막는 요툰 하티(Hati)를 만났다. 거인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배를 타고 다가오던 헬기 일행이 해안에 가까이 오지 못하게 지켰다. 헬기와 부하들은 요툰과 싸워 죽이고 하타 만(Hatafjord)에 정박시켰다.

 

밤에 아틀리가 갑판에 보초를 섰다. 그때 거대한 여인의 형상이 나타나 그들이 누구인지 물었다. 아틀리는 자기 소개를 하고 거인이 누구인지 물었다. 여인의 이름은 흐림게르드(Hrimgerd)이고 하티의 딸이었다. 흐림게르드는 어둠을 이용해 모두를 죽일 계획이었다.

 

하지만 헬기가 이미 대비를 해둔 데다가 아틀리가 버티고 있었다. 흐림게르드는 아틀리를 육지로 불러내려고 도발했다. 서로 헐뜯고 약올렸다. 흐림게르드가 헬기를 불렀다. 헬기가 깨어나 밖으로 나왔다.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다. 흐림게르드가 헬기를 보자 그의 영웅적인 모습에 욕정을 느껴 자신과 하룻밤을 지낸다면 아버지의 원수는 잊겠다고 제안했다.

 

헬기는 거인 로딘이 강하고 영리하다던데 그에게 가라고 답했다. 흐림게르드는 헬기가 자신의 유혹을 거절하는 이유가 27명의 발키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녀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그녀가 자신보다 강하기에 그들을 죽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헬기는 호기심이 들어 자신들을 지키는 발키리가 몇 명이냐 물었고 흐림게르드는 아홉이나 되는데 그중 선두에 서서 투구를 쓰고 빛을 내며 말을 달리는 발키리가 가장 성가시다고 답했다.

 

그 순간 동쪽 태양이 떠올랐고 아틀리가 넌 태양 빛에 돌이 될 것이라고 고함쳤다. 헬기들과 말싸움을 한다고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그녀는 그대로 돌이 되고 말았다.

 

1-4. 용사와 발키리의 사랑

헬기는 젊은 나이에 이미 용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는 계속 모험을 하다가 에일리미(Eylimi) 왕의 땅에 도착했다. 에일리미에게는 스바파(Sváfa)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공주는 아버지의 궁에 거의 머물지 않고 발키리가 되어 떠나 있는 날이 많았다.

 

헬기가 도착하고 얼마 뒤 스바파 공주가 돌아왔다. 그녀는 예전에 헬기에게 이름을 주고 명검이 있는 곳을 알려준 그 발키리였다. 둘은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 남자를 사랑하여 인간과 맺어지는 순간 스바파는 발키리의 격을 잃는다.

둘이 맺어지고 스바파는 이제 집에서 헬기를 기다리고 헬기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싸움을 하러 갔다.

 

흐로드마르의 아들 하나가 살아남아 왕이 되었다. 그가 복수를 하려 했다. 알프(Alf)라는 그 왕은 용사들을 이끌고 에일리미 왕국 근처에 이르렀다. 헬기는 부하들을 이끌고 맞서 싸웠다. 그러나 이제 발키리의 가호가 없이 싸워야 했다.

 

1-5.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다.

옛날 게르만 사람들은 낮이 가장 짧은 동짓날, (Yole)또는 (Yule)의 날에 축제를 열었다. 다음 한해동안 재앙은 모두 물러가고 풍요로운 수확을 얻게 해달라고 신들에게 제사를 올렸다. 자정에 프레이와 프레이야 여신의 상징인 수퇘지를 걸고 맹세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

 

헬기에게는 이복형제들이 있다. 그중 맏형의 이름은 헤딘(Hedinn)이다. 헤딘은 헬기가 여행을 하는 동안 고향의 아버지 곁에 머물렀다. 고향에서 동생 헬기에 관한 소문은 듣고 있었다.

 

율의 축제가 있는 날 저녁 무렵, 헤딘이 홀로 숲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트롤 마녀가 그를 따라왔다. 그녀는 늑대를 말처럼 타고 뱀을 고삐로 썼다. 그녀는 헤딘에게 동행을 요청했지만 헤딘은 거절했다. 마녀는 그에게 자신의 호의를 거절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저주하고는 사라졌다.

 

그날 밤 자정, 맹세의 순간 사람들은 차례대로 수퇘지의 몸에 손을 올리고 자신의 맹세를 말하고는 술 한잔을 비웠다. 헤딘이 자기 차례가 되자 저절로 에일리미의 딸 스바파를 아내로 삼겠다.”라는 맹세가 나왔다.

 

동생의 약혼녀를 아내로 삼겠다고 신들 앞에서 맹세를 하고 만 것이다. 헤딘은 트롤 마녀의 마법 때문이라고 해도 신들 앞에서 맹세를 한 터라 무를 수도 없어 에일리미 왕의 나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헤딘이 여러날 지나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마침 헬기는 잠깐 싸움을 멈추고 에일리미 왕국으로 돌아와 더 큰 싸움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헬기는 이복형을 반기면서도 어찌 왔는지 물었고 헤딘은 미안해하며 사실대로 자신이 맹세한 바를 말했다.

 

헬기는 자신에게 죽음이 닥쳐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올 나쁜 정령이 형을 찾아가 괴롭힌 것이라 여겼다. 이번에는 그가 형에게 사정을 털어놓았다. 알프 왕과의 싸움이 승부가 나지않고 계속 이어지자 외딴섬 결투(일기토)로 승부하자고 제안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헬기는 이 승부에서 살아돌아오지 못할 것이라 예감하고 형에게 일이 좋게 해결될 것이라 답했다. 헤딘은 더욱 탄식하며 동생의 승리를 빌었다.

 

(헬기는 헤딘이 만난 늑대를 탄 마녀가 자신의 수호령이라고 생각했다는 전승이 있다. 수호령이 헤딘에게 찾아가 자신의 죽을 운명을 알리고 스바파를 맡긴 것이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헬기라는 캐릭터의 원형을 7세기경 북유럽에 실존했던 윌핑 일족(Ylfings, Wulfings. 늑대의 자손, 늑대의 일족)의 인물로 보고 있다. 이 윌핑 가문은 현재 스웨덴 남부 오스테르고틀랜드(Östergötland)와 덴마크 북부에서 활약했던 기츠족(Geats)의 족장 가문이었는데, 서사시 베오울프나 헤임스크링글라(Heimskringla)를 비롯한 여러 전승에 등장할 정도로 이름이 높았던 가문이다. 헬기는 이 윌핑 가문에서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인물이었기 때문에 따로 전설이 내려왔고 볼숭 가문의 전설에 편입되었다고 본다.

이 윌핑 일족의 헬기이기에 늑대를 타고 나타난 마녀가 자신의 수호령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1-6. 헬기의 죽음

헬기가 예감한 대로 그는 이 외딴 섬 걸투에서 패배했다. 상대방이 그에게 죽음의 상처를 입히고 싸움터를 떠나자 헬기의 부하들이 그에게 달려왔다. 헬기는 심한 상처를 입고 죽어가고 있었으나 아직 숨이 붙어 있었다. 그는 부하 한 명을 급히 스바파에게 보냈다.

 

스바파가 급히 달려오자 헬기는 그녀에게 헤딘에게 가라고 했지만 그녀는 거부했다. 헬기는 그녀의 품 속에서 죽었다. 헬기가 죽자 헤딘은 그녀에게 자신에게 오라고 했으나 그녀는 거부했다. 그녀는 곧 헬기를 따라갔다.

 

2. 헬기 훈딩스바네(Helgi Hundingsbane, 훈딩을 죽인 헬기)

2-1. 탄생

볼숭의 아들 시그문드(Sigmundr) 왕은 브랄룬드(Brálund)의 보르그힐드(Borghildr)와 혼인했다. 둘 사이에서 아들을 둘 낳았는데 첫째의 이름을 헬기 효르바르드손의 이름을 따서 헬기라고 지었다. (그는 다시 태어난 것이다.) 둘째는 하문드(Hámundr)라고 지었다.

헬기가 태어난 날 운명의 여신 노른들이 찾아와 아기의 수명을 정해주면서 장차 가장 유명한 군주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2-2. 복수하고 훈딩스바네라는 칭호를 얻다.

헬기가 아직 성년이 되기 전 어느 날 옛날부터 볼숭 가문의 원수이던 훈딩(Hunding) 왕이 아버지 시그문드 왕을 죽였다. 헬기는 하갈이라는 신하의 집에서 살면서 그에게서 용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았다. 하갈에게는 하말(Hamal)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헬기와 서로 친구였다. 그들은 함께 자라며 교육도 함께 받았다. 15살이 되자 헬기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훈딩의 궁을 염탐하기로 했다. 그는 대담하게도 혼자 훈딩의 궁을 찾아가 자신을 하말이라고 속이고 한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그때 마침 훈딩은 궁을 비우고 있었다.

 

훈딩의 집안 사정을 훑어보고 헬기는 하갈의 집으로 돌아왔다. 도중에 헤밍의 양치기를 만나 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복수를 선언하고 갔다.

 

궁으로 돌아온 훈딩이 그 말을 듣고 부하들에게 하갈의 집으로 가서 헬기를 잡아오라 했다. 배짱 좋게 큰 소리를 치고 돌아왔지만 이렇게 빨리 잡으러 올지 몰랐던 헬기는 하녀 옷을 입고 방앗간에서 물레방아를 돌렸다. 훈딩의 부하들은 헬기를 찾지 못했다. 한 부하가 방아를 돌리는 여자의 눈빛이 무섭고 힘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하갈이 냉큼 그럴 수밖에 그녀는 왕의 딸로 바이킹 용사처럼 용맹하지만 헬기가 포로로 잡아왔다고 말했다. 그 말에 부하들은 그냥 돌아갔다.

 

헬기는 복수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용사들과 함께 배를 타고 훈딩의 왕국으로 쳐들어갔다. 그는 훈딩 왕과 정면으로 싸워 이겼다.

 

헬기는 군대를 이끌고 한동안 브루나바가르라는 해안에 배를 정박시키고 머물렀다. 그들에겐 아직 전투가 남아있었다.

훈딩의 네 아들(나이 순으로 각각 에위욜프(Eyjólfr), 알프(Álfr), 효바르드(Hjörvarðr), 하바르드(Hávarðr).)은 헬기에게 자신의 부친을 죽인 것에 대한 보상금을 내고 약탈품도 돌려줄 것을 요구한다. 당연히 헬기는 이런 요청을 거부하고 훈딩의 네 아들과 싸움을 벌이는데, 로카펠(Logafell)에서 격전 끝에 헬기는 훈딩의 네 아들을 모두 죽이고 전투에서 승리한다. 이로써 헬기는 명성과 훈딩스바네(Hundingsbane)라는 칭호를 얻는다.

 

(에다의 훈딩을 죽인 헬기의 시를 보면 전혀 다르다. 시그문드 생전에 볼숭 일족과 훈딩 일족이 사이가 나빴던 것은 사실이지만, 헬기는 시그문드가 죽기도 전에 훈딩에게 도전해서 그를 쓰러트렸으며, 시그문드는 이후에 훈딩이 아닌 그의 또다른 아들인 링비(Lyngvi 혹은 Lyngi)와의 전쟁에서 죽었다.)

 

2-3. 시그룬과 만나다.

헬기가 다시 태어났듯이 발키리 스바파도 호그니(Högne) 왕의 딸로 태어났다. 이름은 시그룬(Sigrún, 승리의 룬문자)이고 다시 발키리가 되어 말을 타고 공중을 날아다녔다. 시그룬의 아버지 호그니는 딸이 집을 비운 사이에 이웃의 소데르만랜드(Södermanland, 스웨덴 남동부해안 지역)의 그란마르(Granmar) 왕의 아들 호스브로드(Hothbrodd)에게 딸을 주기로 약속했다. 시그룬은 뒤늦게야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서둘러 헬기를 찾아왔다.

< 헬기를 찾아온 시그룬. 출처 : 구글 검색 >

헬기는 훈딩의 아들들과 전투를 벌여 그 아들들을 모조리 죽이고 이긴 직후였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배에 타고 있을 때 시그룬이 찾아왔다. 시그룬이 사정을 이야기하며 자신은 호스브로드와 결혼하기 싫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헬기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헬기와 시그룬은 전생의 기억이 있었는지 바로 사랑에 빠지고 헬기는 시그룬을 도와주기로 한다.

 

2-4. 헬기와 호스브로드의 전투

헬기는 이전보다 더 많은 군대를 모았다. 배도 훨씬 많이 마련했다. 이번 원정에는 그이 이복형 신표틀리(Sinfiotli)도 참가했다. 군대는 브란데이(Brandey)라는 곳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출항하고 얼마 후 바다의 여신 란(Ran)이 그녀의 딸들인 아홉 파도를 이끌고 폭풍을 몰고 찾아왔다. 바다가 거칠고 파도가 높고 폭풍이 몰아쳤다. 배가 란의 그물에 묶인듯 나아가지 못했다.

그때 먹구름 속에서 시그룬이 다른 발키리들과 나타났다. 시그룬이 란을 진정시켰는지 폭풍이 잠잠해졌다. 시그룬의 인도로 군대는 목적지까지 나아갔다. 수평선 멀리 헬기의 함대가 나타났을 때 호스브로드는 형제인 스타카드(Starkaðr)와 구드문드(Guðmundr)와 함께 그들을 발견했고 구드문드가 말에 올라 달려왔다. 그 모습을 보고 신표틀리가 먼저 달려가 그와 말싸움을 벌였다. 신표틀리와 구드문드는 에다의 전통에 따라 한참 동안이나 말싸움을 벌였다. 지켜보던 헬기가 이제 그만 싸움을 시작하자고 한다.

 

구드문드도 이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어 형 호스브로드에게 돌아가 사정을 말했다. 호스브로드는 군대를 모았는데 문제는 그 진영에 시그룬의 아버지 호그니와 오빠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 헬기와 시그룬. 출처 : 구글 검색 >

치열한 전투는 헬기의 승리가 되었고 호스브로드와 그에 가담한 왕들이 죽었고 시그룬의 아버지와 오빠들도 죽었다. 다그(Dag)라는 오빠 한 명만이 살아남아 항복했는데 헬기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풀려났다.

시그룬은 사랑하는 헬기에게 갔으나 아버지와 오빠들을 잃고 슬퍼했다.

 

2-5. 다그의 복수

두사람은 마침내 혼인을 하고 아들도 여럿 두었다. 그러나 헬기의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시그룬의 오빠 다그는 비록 헬기에게 항복하여 목숨을 구했으나 원수를 잊지 않았다. 그는 오딘 신에게 거듭 제물을 바치며 복수를 할 수 있게 빌었다. 헬기가 비록 오딘의 후손인 볼숭 가문이지만 오딘도 헬기만 편들 수는 없었다.

 

때가 되자 오딘은 다그의 소원을 이루어 주었다. 오딘은 자신의 창 궁니르를 다그에게 주었다. 다그는 사슬 숲이라는 곳에서 헬기를 만나 그에게 창을 던졌다. 헬기는 창을 맞고 죽었다. 그대로 둔채 다그는 시그룬을 찾아가 헬기의 죽음을 알렸다. 크게 분노한 시그룬은 다그에게 충성의 맹세를 하고도 어겼으니 저주를 퍼부었다. 여동생의 저주를 받은 다그는 숲으로 도망쳐 시체를 파먹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 헬기의 무덤 옆에서 기다리는 시그룬. 출처 : 구글 검색 >

2-6. 부활

시그룬은 헬기의 시신을 땅에 묻고 봉분을 올렸다. 헬기는 전쟁터에서 명예롭게 죽은 것은 아니지만 오딘의 호의로 발할라에 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많은 권한을 받은 헬기는 자신이 죽인 훈딩 왕을 다시 만난다. 헬기는 볼숭 가문의 원수였던 훈딩에게 돼지 먹이 주기, 다른 에인헤랴르의 발 씻기 등 온갖 잡일을 다 시켰다고 한다.

 

헬기가 죽은 지 며칠이 지난 후 시그룬의 하녀가 헬기의 무덤 곁을 지나다가 헬기가 병사들과 함께 말을 타고 그곳으로 돌아온 것을 보았다. 시녀는 깜짝 놀라 죽을 지경이었다. 헬기는 자신에게 잠깐 귀향이 허용되었다고 밝혔다. 시녀는 시그룬에게 달려가 알렸고 시그룬은 그 즉시 달려왔다.

 

시그룬이 헬기를 보자 그의 머리는 서리로 덮혀있고 온몸은 피로 물들었으며 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는 시그룬이 흘린 눈물이 자신을 차갑게 얼어붙힌다고 설명하며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 시그룬은 무덤 안에 침대를 준비하고 둘은 밤을 함께 했다.

< 발할라로 돌아가는 헬기. 출처 : 구글 검색 >

새벽에 해가 떠오르기 전에 헬기와 그의 병사들은 아스가르드로 돌아갔다. 그 후 시그룬은 하녀 한명씩 헬기의 무덤에 배치했으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시그룬은 계속 헬기를 기다리다가 얼마 후에 죽었다.

 

3. 헬기 하딩야스카티(Helgi Haddingjaskati, 하딩야의 군주)

헬기와 시그룬은 다시 헬기 하딩야스카티(Helgi Haddingjaskati)와 카라 할프단스도티르(Kára Hálfdansdottir)로 환생했다고 한다.

 

흐로문드 그립손 사가에서 헬기 하딩야스카티는 왕족이 아니라 스웨덴의 왕 하딩(Haddingr)의 부하로 나온다. 헬기는 카라(Kara)라는 발키리의 도움을 받고 있었는데, 카라는 전투시에 백조로 변신해서 적의 눈을 멀게 하는 노래를 불렀다.

 

하딩이 노르웨이의 왕 올라프(Olaf)의 영토를 침공했을 때 헬기는 카라의 도움을 받아 적들에게 연전연승을 거둔다.

 

흐로문드의 형제 8명의 싸움에서 모두 승리한 헬기지만 전투 막바지에 실수로 백조로 변신한 카라를 찌르는 바람에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헬기는 올라프왕의 부하이자 영웅이었던 흐로문드(Hrómundr, 바로 이 흐로문드 그립손 사가의 주인공이다.)에게 살해당하는데 이 과정에서 흐로문드도 심한 상처를 입는다.

 

소지품 :

1. 헬기 효르바르드손의 검 : 발키리가 알려준 곳을 찾아 얻은 검. 황금으로 장식되었으며 손잡이에 고리가 달렸고 칼날에는 물결무늬가 있다. 휘두르는 자에게는 용기를, 상대에게는 두려움을 준다고 한다.

 

기타 :

1. 학자들은 원래 헬기에 대한 독자적인 전승이 있었는데 후대에 영웅 가문이었던 볼숭 가문으로 편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전승마다 헬기의 출생 및 행적이 제각각이고 상호 모순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2. 원래 헬기의 전승은 헬기 효르바르드손에 가까웠겠지만 현재의 헬기는 거의 헬기 훈딩스바네로 알려져 있다.

3. 헬기 훈딩스바네가 헬기 효르바르드손의 환생이라고는 하지만 2대에 걸쳐 발키리 시그룬과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두 헬기는 별다른 연결고리가 없다. 전생에서 자신을 죽게 한 알프 흐로드마르손(Alfr Hróðmarson)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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