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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이야기/북유럽

시그문드(Sigmundr)- 영웅. 명검 그람의 주인.

by 별빛아재 2023.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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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검 그람을 얻은 시그문드. 출처 : 구글 검색 >

이름 :

시그문드(Sigmundr)

 

신분 :

볼숭 왕가의 위대한 여섯 왕 중의 한 명.

영웅 시구르드의 아버지

명검 그람(Gramr, 분노)의 첫번째 주인

 

가족 :

오딘의 아들로 시기(Sigi)가 있고,

시기의 아들로 레리르(Rerir),

레리르의 아들이 볼숭(Vǫlsungr),

볼숭의 아들이 시그문드이다. 즉 오딘의 고손자.

어머니는 요툰 흐림니르의 딸 발키리 흘료드(Hljóð).

9명의 형제와 여동생 시그니(Signý)가 있다.

첫번째 아내는 보르그힐드(Borghildr)

두번째 아내는 효르디스(Hjǫrdís).

여동생 시그니와의 사이에서 첫번째 아들 신표틀리(Sinfjǫtli),

보그힐드 사이에서 아들 헬기(Helgi)와 하문드(Hámundr)가,

효르디스 사이에서 아들 시구르드(Sigurðr)를 두었다.

 

사는 곳 :

후날란드(Húnaland)

 

업적 :

1. 명검 그람의 첫번째 주인이 되다.

2. 가문의 복수를 완수하다.

3. 전쟁에서 죽고 오딘의 에인헤랴르가 되다.

 

전설 :

1. 탄생

신들의 왕 오딘이 미드가르드에 내려와 후날란드(Húnaland)라는 나라를 세우고 아들 셋을 얻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시기(sigi)이다. 시기는 오딘의 뒤를 이어 후날란드를 다스렸으나 처형들에게 살해당하고, 뒤에 시기의 아들 레리르(Rerir)가 복수하여 왕위를 되찾는다. 레리르는 오랫동안 자식이 없어 신께 간절히 기도했는데 오딘과 프리그가 발키리를 보내 생식의 사과를 전해주었다. 이 발키리는 요툰 흐림니르의 딸 흘료드(Hljóð)였는데 까마귀로 변신하여 사과를 레리르의 무릎에 떨어뜨려주었다. 레리르가 그 사과를 아내에게 먹이자 임신을 하게 되었다. 레리르는 왕국을 순방하는 여행 중에 병이 들어 죽었고 왕비는 나이가 들어 임신을 한 탓인지 6년간이나 아이가 태어나지 않아 결국 자기 배를 갈라 아들을 낳고 곧 죽었다. 이 일에 의술의 발키리 에이르가 도왔다는 전설도 있다. 이 아들이 볼숭 왕가의 첫번째 왕 볼숭(Vǫlsungr)이다.

 

볼숭이 성인이 되어 아버지의 나라를 물려받고 아버지에게 사과를 전해준 발키리 흘료드와 결혼하여 아들 10명과 딸 하나를 두었다. 이 장남의 이름이 시그문드이고 딸의 이름은 시그니(Signy)였다.

< 시그문드의 검 (1889).  요하네스 게르츠 (Johannes Gehrts) 출처 : 구글 검색 >

2. 명검 그람을 얻다.

당시 스웨덴의 고틀랜드(Gautland)에 시게이르(Siggeir)라는 왕이 있었다. 고틀랜드 사람들은 고트족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날 시게이르가 볼숭을 찾아와 그의 딸 시그니를 아내로 삼게 해달라고 청했다. 볼숭이 그의 구혼을 받아들여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볼숭 왕은 딸을 위해 성대한 결혼식을 베풀고 친구와 친척들을 초대했다.

 

결혼식 날 저녁 챙이 달린 커다란 모자를 쓴 나이 든 애꾸눈의 매우 큰 사내가 망토 자락을 펄럭이며 나타났다. 그 사내는 거지의 모습이었으나 알 수 없는 위엄에 모두들 지켜보기만 했다. 홀 한가운데에는 오래된 큰 나무(바른스토크Barnstokk, 자손 줄기) 한 그루가 지붕을 뚫고 하늘 높이 뻗어 있었다. 초대받지 않은 나그네는 성큼성큼 나무 앞으로 걸어가서는 옆구리에 찬 칼집에서 칼을 빼내더니 나무에 박았다. 칼이 깊이 박혀 손잡이만 보였다.

 

그는 이 칼을 뽑는 자에게 선물로 주겠다는 말을 남긴 채 사라졌다. 이 사내는 오딘 신이다. 이 칼은 모르는 사람이 봐도 훌륭한 명검이었기에 방문객들은 너나할 것없이 모두 나서서 칼을 뽑으려고 용을 썼다. 하지만 칼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볼숭의 아들들도 도전하고 싶어했지만 볼숭은 사위와 외부에서 온 손님들이 먼저 도전할 수 있도록 자제시켰다. 모든 손님들의 차례가 지나고 마침내 이 집의 장남인 시그문드의 차례가 왔을 때 그는 별 힘을 들이지 않고 뽑았다. 오딘이 준 선물이다. 이 검이 훗날 그람(Gramr, 분노)이라 불리는 명검이다.

 

새신랑 시게이르는 이 칼이 몹시 탐났다. 그는 칼의 세배 무게의 황금을 줄 테니 칼을 달라고 시그문드에게 청했으나 시그문드는 단칼에 거절했다. 시게이르는 모욕감을 느꼈다. 그러나 뒷날을 다짐했다.

 

시게이르는 아름다운 시그니에게 구혼하기 위해 배를 타고 이곳으로 왔었다. 마침 항해하기에 좋은 날씨여서 결혼식 바로 다음날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시그니가 시게이르로부터 어두운 느낌을 받았다며 지금이라도 혼인을 깨자고 말했다.

아버지 볼숭은 깜짝 놀라 완강하게 말렸고 시그니는 어쩔 수 없이 아버지의 말을 따랐다. 다음 날 시게이르는 볼숭과 아들들에게 환대를 받으며 떠났다. 그러면서 석달 뒤에 자기 나라에서 열리는 잔치에 참석해달라고 초대했다. 볼숭 왕은 흔쾌히 승낙했다.

< 볼숭 홀의 오딘(1905). 에밀 도플러(Emil Doepler) 출처 : 구글 검색 >

3. 가족을 잃다.

석달 후 약속대로 볼숭 일가는 고틀랜드에 도착했다. 그들이 미처 배에서 내리기도 전에 시그니가 달려오더니 남편이 군대를 모았으니 이대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볼숭은 우리는 고틀랜드에 방문하겠다고 약속을 했으며 싸워보지도 않고 물러설 수는 없다. 그와 싸워 이겨 너를 다시 데려가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시그니는 울면서 돌아갔다.

 

다음날 볼숭은 모든 사람들에게 전투 준비를 시키고 상륙했다. 곧이어 시게이르가 군대를 거느리고 나타났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볼숭 일가는 몇 명 안되는 인원으로 아홉 번이나 시게이르의 군대를 물리쳤으나 열번째 싸움에서 밀리면서 볼숭 왕이 전사했다. 모두 전사하고 아들 열명만 살아남았다. 그들은 모두 붙잡혀서 끌려갔고, 시게이르는 마침내 그렇게 탐내던 시그문드의 칼을 차지하게 되었다.

 

궁에 있던 시그니는 아버지가 전사하고 오빠와 남동생들이 죽음을 기다리며 잡혀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시그니는 남편을 찾아가 그들을 당장 죽이지 말고 그들의 고통을 지켜보라고 청했다. 남편은 그 말이 마음에 들어 그러겠다고 답했다.

 

왕의 부하들이 볼숭의 아들들을 숲으로 끌고갔다. 그들을 나란히 세우고는 무겁고 커다란 통나무 막대에 그들의 발을 단단히 고정시켜 묶고 손도 뒤로 돌려 묶어 아무도 꼼짝할 수 없게 했다. 한밤중에 거대하고 무서운 암컷 늑대가 나타나 그들 중 하나를 잡아먹었다.

 

이튿날 시그니는 자신의 충복 한명을 숲으로 보내 사정을 알아보게 했다. 그가 돌아와 본 것을 보고했다. 자신의 형제 중 한명이 죽은 것에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모든 형제들이 한꺼번에 죽는 것은 막았지만 빨리 다른 형제들을 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 시그문드와 늑대. 출처 : 구글 검색 >

4. 탈출하다.

형제들이 한꺼번에 죽임을 당하는 것만은 막았지만 이대로 한명씩 죽는다는 것도 끔찍한 일이었다. 그녀는 그들을 구할 여러 방책을 찾아 보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국 시그문드 혼자만 남았다. 밤이 되기 전에 시그니는 다시 충복을 시켜 꿀을 주며 이 꿀을 얼굴에 바르고 입안에도 가득 물게 했다.

 

그날 밤 늑대가 찾아왔을 때 시그문드의 얼굴에 묻은 꿀을 핥았다. 시그문드가 입을 벌리자 입속의 꿀을 핥기 위해 혀를 그의 입 속 깊숙이 집어넣었다. 그 순간 시그문드가 늑대의 혀를 이로 꽉 물었다. 늑대가 깜짝 놀라 발버둥 치다가 시그문드를 묶은 나무를 부러뜨렸다. 덕분이 시그문드는 풀려났다. 시그문드가 끝까지 혀를 물고 있었기에 늑대는 혀를 뽑혀 죽었다.

 

시그문드는 나무에 문질러 손을 묶은 밧줄을 풀었다. 그리고 숲 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의 형제들을 잡아먹은 늑대는 실은 시게이르의 어머니가 변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마법사인 그녀가 볼숭의 아들들을 모두 잡아먹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튿날 시그니는 시그문드를 찾아가 숲 속에서 숨어 지낼 수 있도록 도왔다. 시게이르는 아무것도 모르고 볼숭의 아들이 모조리 죽은 줄로만 알았다.

 

5. 복수를 꿈꾸다.

시그니는 시게이르 몰래 오빠 시그문드를 도와주며 함께 복수를 계획했다. 시그니는 남편과의 사이에 두 아들을 낳았는데 큰아들이 10, 둘째가 8살이다. 첫째가 10살이 되자 그녀는 아이를 숲에 숨어 살고있는 시그문드에게 보내 아들의 용기를 시험하게 했다. 기회가 있으면 아버지의 복수에 이용하게 하려는 뜻이었다.

 

시그문드는 독사가 들어있는 밀가루로 빵을 만들라고 시키고는 사냥을 나갔다. 돌아오자 아이는 구석에 앉아 밀가루가 들어있는 자루만 쳐다보고 있었다. 시그문드가 빵을 만들었는지 묻자 아이는 자루안에 무언가 있어서 만들지 못했다고 답했다. 시그문드는 겁이 많은 이 아이로는 전사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다. 테스트에 통과하지 못한 아이의 소식을 들은 시그니는 시그문드에게 살려둘 가치가 없으니 죽이라고 일렀다.

시그문드는 큰아들을 죽였다. 2년 뒤 둘째 아들도 그렇게 죽었다.

아들을 둘이나 죽이고도 시그니는 여전히 아버지와 동생들의 죽음만을 슬퍼했다.

 

6. 동생과 이어지고 신표틀리를 얻다.

그녀와 시게이르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로는 볼숭이 원하는 전사를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한 시그니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용모가 아주 아름다운 볼바(volva, 일종의 여자 무당)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 시그니는 그녀의 마법으로 둘의 모습과 목소리를 바꾸었다. 시그니는 시그니로 변한 볼바를 궁에 두고 오빠를 찾아갔다. 시그니는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숲에서 길을 잃었으니 하룻밤 재워달라고 청했다. 아름다운 처녀의 부탁에 시그문드는 그녀를 들였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그날 밤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렇게 사흘 밤을 함께 보낸 뒤 여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녀는 성으로 돌아와 볼바와 도로 모습을 바꾸었다.

 

달이 차자 시그니는 아들을 낳았고 아이 이름을 신표틀리(Sinfjötli)라 지었다. 아이가 10살이 되자 시그니는 아이의 옷을 만들면서 옷감과 아이의 살을 함께 꿰맸다. 아이는 움찔하지도 않고 아픔을 견녔다. 시그니가 아프지 않냐고 묻자 아이는 그냥 씩 웃기만 했다. 아이는 잔혹한 어미의 시험을 통과하고 용사의 후예임을 증명했다.

 

시그니는 신표틀리를 시그문드에게 보냈다. 시그니는 신표틀리의 출신에 대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그문드는 이번에도 시게이르의 아들이려니 했다. 며칠 뒤 시그문드는 소년에게 밀가루 한 부대를 주면서 나무를 해올 동안 빵 반죽을 하라고 시켰다. 돌아와 보니 소년이 빵 반죽을 완성해 놓았다. 시그문드는 밀가루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했냐고 물었고 가루 속에 뭔가 살아 있는게 있어 함께 넣고 반죽했다고 했다.

 

시그문드는 독사를 함께 반죽했으니 너는 못먹겠다고 웃었다. 시그문드는 독에 아무런 해를 입지 않았다. 소년은 빵을 먹지 못하고 시그문드만 먹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소년이 독을 만져도 아무렇지 않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아이가 자랄수록 시그문드는 소년이 볼숭 집안 사람들을 닮았다고 느꼈다. 게다가 소년은 시게이르 집안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관심도 없는 것 같았다. 시그문드는 신표틀리를 아들처럼 여기고 보살폈다.

 

그런데 시그니와 시그문드 사이의 근친상간으로 신표틀리가 태어난 일로 가정의 여신 프리그가 매우 분노했다고 한다. 후에 이 일로 시그문드는 죽게된다.

 

7. 늑대인간이 되다.

시그문드와 신표틀리는 무법자가 되어 주변에서 강도짓까지 했으며 시게이르의 병사들을 죽이기도 했다.

 

한번은 시그문드와 신표틀리가 멀리 있는 숲까지 나갔다가 오두막 한 채를 발견했다. 안에 들어가 보니 두 사내가 잠들어있었다. 팔에는 황금 팔찌를 끼고 벽에는 늑대옷 두벌이 걸려 있었다. 그들은 저주에 걸려 늑대인간이 된 사람들이었으며 열흘에 한번씩 옷을 벗고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데 이날이 그날이었다. 호기심에 두사람은 늑대옷을 입어보았다가 마법의 힘이 작용하여 그들을 늑대로 만들어버렸다. 늑대의 힘과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다.

 

둘은 밖으로 나와 헤어지기로 했다. 만일 일곱 명 이상의 적을 만나면 높은 소리로 울어서 상대방을 부르기로 했다. 얼마 후 신표틀리 늑대가 열한 명의 사내와 만났다. 신표틀리 늑대는 시그문드를 부르지 않고 혼자 싸워 모조리 죽인 다음 저도 상처를 입어 참나무 아래서 쉬고 있었다. 시그문드가 나타나 왜 나를 부리지 않았냐고 묻자 자기 혼자서 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시그문드는 갑자기 맹렬한 늑대의 분노를 느끼며 신표틀리의 목을 물어버렸다. 신표틀리가 쓰러지고 죽은 것 같았다.

 

당황한 시그문드는 그를 등에 업고 처음 늑대옷을 발견한 오두막으로 돌아왔다. 자고있던 두 사내는 보이지 않았다. 시그문드는 늑대옷을 벗게 해달라고 마법의 정령들에게 간절히 기원했다.

 

그 순간 밖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족제비 두마리가 서로 물어뜯고 싸우다 한마리가 쓰러졌다. 죽은 것 같았는데 승리한 족제비가 숲속에서 풀을 물고 돌아와 죽은 족제비의 상처 위에 올려놓자 쓰러진 족제비가 벌떡 일어났다. 시그문드는 그 풀을 구하기 위해 숲 속으로 뛰어 들었다. 까마귀가 한 마리 나타나 시그문드 앞에 그 풀을 떨어뜨렸다. 시그문드는 그 풀을 가지고 돌아와 신표틀리의 상처 위에 올려놓았다. 신표틀리가 깨어났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고 열흘째 되는 날 옷이 느슨해져서 재빨리 옷을 벗어 불에 태웠다.

< 그람을 되찾은 시그문드. 아서 래컴(Arthur Rackham) 출처 : 구글 검색 >

8. 복수하다.

신표틀리가 성인이 되어 한사람의 전사가 되자 시그문드는 마침내 복수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신표틀리와 함께 시게이르의 궁으로 가자 시그니가 그들을 커다란 맥주통 뒤에 숨겨주었다. 하지만 시그니와 시게이르 사이에 태어난 어린 아들 둘이 장난을 치다가 우연히 그들을 발견하고는 얼른 아버지에게 달려가 낯선 사람들이 술통 뒤에 숨어 있다고 일러바쳤다. 시그니가 옆에 있다가 재빨리 남편에게 다른 말로 둘러댔다.

 

그런 다음 시그니는 두 아들을 시그문드에게 데려다주고는 이 아이들이 두 사람을 배신했으니 어서 죽이라고 말했다. 시그문드가 주저하자 신표틀리가 재빨리 아이들을 죽여 왕의 옥좌 앞으로 내던졌다. 신표틀리는 두 동생을 죽인 것이다. 이 소란에 둘을 알게 된 왕의 분노한 명에 그들은 붙잡혔다.

 

이튿날 날이 밝자 왕은 돌과 뗏장을 이용해 큰 무덤처럼 보이는 언덕을 만들게 했다 그 속은 비었는데 한가운데 납작한 바위를 세워 구덩이를 둘로 나누었다. 그런 다음 시그문드와 신표틀리를 따로 구덩이에 던져 넣고 굶어죽게 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구덩이 위를 덮개로 막아버렸다. 이제 두 사람은 서로 목소리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시게이르 왕은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죽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하인들이 덮개를 덮기 직전에 시그니가 옷 속에 숨겨온 짚더미를 신표틀리에게 던졌다. 신표틀리가 짚더미를 뒤지자 말린 고기와 시그문드의 칼이 나왔다. 옛날 오딘이 선물한 그 칼이었다. 신표틀리는 바위 꼭대기에 칼끝을 대고 힘껏 쑤셔 넣었다. 칼이 바위를 뚫었다. 시그문드가 칼 끝을 잡아 함께 아래로 그으니 바위가 잘렸다. 둘이 함께 있게 되었다.

< 불타는 시게이르의 성 앞에 선 시그문드와 신표틀리. 출처 : 구글 검색 >

둘은 고기를 먹고 힘을 합쳐 구덩이를 부수고 밖으로 나왔다. 왕의 궁전에 가보니 모두가 왕의 홀에서 자고 있었다. 두사람은 나무토막을 잔뜩 쌓아 올려 불을 질렀다. 불을 피해 나온 사람은 시그문드의 칼에 죽었다. 시그문드는 누이 시그니만 밖으로 빼내주었다. 그녀는 드디어 아버지와 동생들의 복수를 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리고 오빠에게 신표틀리가 자신들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복수를 위해서라지만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며 마지막만큼은 남편과 함께 하겠다고 말한 뒤 스스로 불길 속으로 들어가 불에 타 죽었다.

 

9. 나라를 되찾다.

아버지의 복수를 완수한 시그문드는 신표틀리를 데리고 마침내 아버지의 나라로 돌아갔다. 그사이 다른 사람들이 나라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그문드가 모조리 쫓아버리고 프랑크족과 훈족의 나라를 되찾았다.

 

그 뒤 시그문드는 브랄룬드의 보르그힐드(Borghildr)와 혼인했다. 두 사람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훈딩을 죽인 헬기(Helgi)와 하문드(Hámundr)이다. 넷째 아들이 용 파프니르를 죽인 시구르드이다. 시구르드의 어머니는 보르그힐드가 아니라 에일리미의 딸 효르디스(Hjǫrdís)이다. 시그문드의 아들 신표틀리, 헬기, 시구르드는 모두 영웅으로 이름을 떨쳤다.(하문드는 시게이르의 조카 시그니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 외에는 전해지는 전설이 없다.)

 

신표틀리는 보르그힐드의 아들 헬기가 호스브로드와 전투를 벌일 때 함께 따라간 적이 있었다. 그 뒤에도 전투가 있을 때마다 나가서 용감하게 싸웠다. 그러다가 어떤 아름다운 여인에게 반했는데 의붓어머니 보르그힐드의 동생인 보르가르도 이 여인에게 마음을 두었다. 결국 두 사내가 외딴 섬에서 결투를 벌이기로 했는데 신표틀리가 이겼다. 이후 신표틀리가 이 여인과 혼인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 죽은 신표틀리를 배에 태우는 시그문드. 출처 : 구글 검색 >

10. 아들 신표틀리를 잃다.

신표틀리가 아버지에게 사실을 이야기하자 의붓어머니 보르그힐드는 동생을 죽인 신표틀리에게 분노하며 아버지의 궁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들을 보내고 싶지 않은 시그문드가 아내에게 죽은 처남의 몸값으로 황금을 줄테니 신표틀리를 그대로 두자고 설득했다. 보르그힐드는 선선히 남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앙심을 품은 보르그힐드는 죽은 사람을 기리는 뜻으로 작은 연회에서 사람들에게 술을 돌리고 신표틀리에게도 술을 주었다. 이때 신표틀리에게 독이 든 맥주를 주었는데 이 사실을 눈치챈 신표틀리는 아버지에게 알렸다. 그러자 독에 면역인 시그문드가 얼른 그 뿔잔을 마셔버렸다. 보르그힐드는 자신의 술을 받지 않는 신표틀리를 비꼬았다.

 

잠시 후 보르그힐드는 다시 독이 든 맥주를 주며 마시라고 했다. 시그문드는 그 잔도 마셨다. 보르그힐드가 세번째로 독이 든 맥주를 가져왔다. 그녀는 맥주 한잔 못마신다며 비방하며 마시라고 강요했다. 시그문드는 이번에는 술에 취했는지 아들에게 수염에 부으라고 했다.

 

아마 수염 사이로 술을 흘려 버리라는 뜻이었을텐데 신표틀리는 말그대로 수염을 적시며 마시고 말았다. 그는 잔을 비우자마자 바닥에 쓰러져 죽었다. 시그문드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죽은 아들을 들쳐메고 먼길을 걸어 좁고도 긴 피오르 만에 이르렀다.

 

그곳에 작은 배 한 척이 있었다. 배에 타고 있던 늙은 뱃사공이 자신이 피오르 저편까지 실어주겠다고 제안했다. 시그문드가 아들을 배에 올려놓고보니 자신이 탈 자리가 없었다. 사공은 시그문드에게 피오르를 따라 육지로 걸어 건너편까지 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배를 띄우더니 금새 사라져버렸다. 시그문드는 헐레벌떡 뛰어서 저편으로 가보았지만 배와 사공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시그문드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는 뱃사공이 오딘이 변신한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신표틀리는 전쟁에서 죽은 것이 아님에도 오딘의 발할라로 갔다.

 

분노한 시그문드는 집으로 돌아와서 사랑하는 아들을 죽인 아내 보르그힐드를 내쫓았다. 그녀는 아끼던 동생을 잃고 남편까지 잃어 얼마 지나지 않아 죽고 말았다.

 

11. 사망

보르그힐드가 죽은 뒤 시그문드는 에일리미(Eylimi) 왕의 딸 효르디스(Hjördís)와 결혼했다. 훈딩(Hunding)의 아들 링비(Lyngvi)도 효르디스에게 구혼했지만 현명한 공주는 시그문드를 선택했다. 자신이 늙은 영웅에게 뒤진 사실에 앙심을 품은 링비가 군대를 이끌고 시그문드의 나라로 쳐들어와서 볼숭 가문과 대규모 전투를 벌였다.

 

전투가 시작 되기 전에 시그문드는 효르디스와 자신이 소유한 귀한 보물을 바닷가 근처 숲에 숨겼다. 전쟁이 계속되는 동안 여자들은 숲에서 숨어지냈다.

 

앞서 근친상간으로 아들을 낳은 사실에 화가 나있던 프리그는 오딘을 닥달했다. 이 전투에서 오딘은 검은 망토를 걸치고 챙 넓은 모자로 얼굴을 가린 모습으로 나타나 창 궁니르를 던져 시그문드의 검을 박살냈다. 시그문드는 검이 박살나는 바람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전투에서 패하고 만다. 격렬한 전투로 효르디스의 아버지 에일리미도 죽었다. 링비가 워낙 많은 군사를 동원한 탓이다. 링비는 시그문드의 왕궁을 샅샅이 뒤졌지만 효르디스도 보물도 찾아내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가야 했다.

 

극심한 부상을 입은 시그문드가 죽기 전에 효르디스를 만났다. 그녀에게 부러진 칼 조각을 주며 이 칼의 이름은 그람(Gramr, 분노)이며 태어날 아들에게 전해달라고 했다.

 

시그문드가 죽고 난뒤 효르디스는 하녀 한명과 신분을 바꾸었다. 머지않아 덴마크의 왕 히얄프레크의 아들 알프(Alf)가 군대를 이끌고 시그문드의 나라를 찾아왔다. 그러나 나라는 유린당하고 여인들만 남은 그곳에서 그는 여왕(으로 바꾼 시녀)에게 사정을 물었다. 여왕은 그에게 링비 이야기를 하고 보물도 모조리 내주었다.

 

알프는 여인들과 보물들을 자신의 왕국으로 데려갔다. 그는 곧 하녀와 신분을 바꾼 효르디스를 알고는 그녀에게 청혼했다. 효르디스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였지만 이미 임신중이었다. 사내 아이가 태어났는데 이 아기가 후에 악룡 파프니르를 죽인 시구르드(Sigurðr)이다. 아기는 히얄프레크 왕이 맡고 효르디스는 알프와 재혼한다.

 

소지품 :

1. 그람(Gramr, 분노) : 전설적인 대장장이 볼룬드가 오딘의 부탁에 의해 만든 전설의 명검. 한번 깨졌다가 훗날 대장장이 레긴이 다시 벼려내 시구르드에게 주었고 시구르드는 이 검을 사용해 악룡 파프니르를 물리친다.

 

기타 :

1. 오딘의 축복을 받아 독에 면역이라고 한다.

2. 오딘이 시그문드를 죽게 한 것은 프리그의 요청보다는, 시그문드의 나이가 꽤 있어서 더 늦으면 더 이상 싸울 수 없을 것 같아 늦기 전에 에인헤랴르로 데려가기 위해 링비와의 전투에서 그를 죽게 했다고 한다.

3. 개인적인 생각으로 시그니는 시게이르의 핏줄을 남길 생각이 없었던 듯하다. 그렇기에 자신이 낳은 아이들임에도 모두 죽도록 만들었으며 완벽한 복수만을 꾸준히 노렸던 것 같다. 그러나 어찌 어미가 자식을 잃은 슬픔이 없을 수 있을까. 아마 평소에도 복수를 마치면 자신도 죽을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 마침내 복수를 완료하자 남편과 자식들을 따라서 함께 죽은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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