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혼돈의 바다 누(Nu)에서 벤벤(Ben-ben)이라는 언덕이 솟아 올라, 최초의 신인 아툼이 스스로 태어났다. 아툼은 처음으로 빛을 창조하였는데, 이 빛은 태양으로서 '라'가 되었다. 라는 스스로 4명의 딸(마트,바스테트,하토르/세크메트,테프네트)을 낳았는데, 그중 하나인 마트는 법과 조화의 여신으로써 우주에 창조질서와 창조계획을 세웠다.
라(Ra, Rah, Ré)는 고대 이집트 제5왕조 때부터 주신으로 숭배받은 태양신이다. 주 신앙의 도시는 헬리오폴리스(태양의 도시)와 멤피스. 그는 이집트 낮, 정오의 태양신으로서, 아침에는 케프리, 저녁에는 아툼이라고 불리었다. 벽화에서 라는 매의 머리로 코브라가 태양을 둘러싼 모양의 왕관을 쓰고 있다. 고대 이집트 후기 왕조에 이르러서는, 호루스와 합쳐져, 라-호라크티라고 불리었다. 태양신은 파라오를 보호하고 왕권을 상징하였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라에 대한 숭배의식은 더 강력해졌다.
그가 낳은 4명의 딸 중 세크메트는 암사자의 머리를 한 파괴의 여신이다. 평상시에는 소의 머리를 한 사랑과 미의 여신인 하토르이나, 라의 벌을 인류에게 가할 때는 세크메트로 변하였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 후기에 이르러서는 소의 눈이 인류에 대한 동정의 의미를 담은 "라의 눈"이라고 불리었는데, 그래서 소 또한 라의 가축이라 숭배되었다.
오벨리스크는 태양 광선을 숭배하는 상징물로써, 태양신 라 혹은 호루스에게 바쳐진 구조물이다.
태양신 라는 고대 이집트 신화에 따르면, 태양의 돛단배(혹은 태양의 배)를 타고 천상의 나일강 즉, 은하수를 따라 항해한다. 라가 태양의 돛단배를 타고 하늘의 여신인 누트를 따라 동에서 서로 향하면 낮이 되고, 서쪽에서 땅의 신 게브 아래로 내려가 다음날 동쪽 땅에서 나타나기까지는 밤이 된다고 이집트 사람들은 믿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태양이 지는 것은 죽음으로, 태양이 뜨는 것은 부활로 보아 서쪽땅은 죽음의 땅 동쪽 땅은 부활의 땅으로 보았다. 그래서 피라미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덤은 나일강 서편에 짓는 것이 원칙이 되었다. 또한 부활에 대한 믿음으로 인하여 후에 다시 부활할 시체를 위하여 훼손되지 않게 방부하는 기술(미라)도 발전되었다.
왕들의 계곡에 있는 많은 무덤들은 라가 하늘을 건너는 배에 올라타 하늘을 일주한 뒤 밤에는 지하세계를 통과하게 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12시간으로 나뉘어진 밤의 제5시에 오시리스와 만난다.
제7시에 서쪽 지평선 끝의 '마누'라는 지역에 도달한 태양의 배는 육체와 분리된 수많은 혼령을 싣고 두아트(사후세계 or 사후세계로 가는 통로)라는 계곡을 지난다. 이때, 아펩(Apep,Apepi,Apopi,Apophis)이라는 독사신이 그를 공격한다.
태양신 라는 늘 이 뱀과 싸워야했으며, 이 뱀과의 싸움에 져서 잡아 먹히면 일식이 찾아온다고 믿었다. 하지만 태양은 늘 다시 부활하기 때문에 아침이 되면 해가 떠오르며(일식도 짧은 시간 내에 끝나며), 또한 이 싸움은 끝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아펩은 불사신에 가까운 몸을 가졌기에 태양신 라 혼자서 싸우기에는 무리가 좀 있다. 때문에 라를 위해 메헨이라는 신이 거대한 또아리를 튼 뱀의 형상으로 나타나(혹은 세트가)같이 싸워주고, 라는 체력을 소진하면 아펩의 배를 갈라 그 안에 들어가 빠른 속도로 체력을 회복한다. 아펩은 마지막에는 늘 라(혹은 호루스 신)에 의해 퇴치된다.
제12시에 라는 케프리로 다시 태어난다.
라와 호루스가 합쳐지는 신화가 있다.
세트의 시기로 남편인 오시리스가 죽은 후, 오시리스를 저승의 신으로 다시 부활시킨 이시스는 지식의 신 토트로부터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후에 이시스는 토트의 도움으로 호루스를 낳게 되고, 호루스가 아버지인 오시리스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는 성년이 될 때까지 숨어서 키웠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세트로부터 숨어서 키울 수는 없었기 때문에 이시스는 태양신 라의 힘을 빌리고자 하였다. 그러나 태양신의 도움을 받으려면 그의 진실된 이름을 알아야 했고, 이를 어떻게 알아낼지 이시스는 고민을 하였다.
마침내 이시스는 태양신 라가 이제는 너무 늙어서 침을 흘리는 노인네라는 것을 이용하여, 라의 침으로 독사를 만들어 태양의 돛단배가 지나가는 길목에 독사를 몰래 내려놓았다. 태양의 돛단배가 지나가자 독사는 라를 물었고 라는 독에 괴로워했다. 이시스는 라에게 자신에게 진실된 이름을 가르쳐주면 독을 제거해주겠다고 약속했고, 라는 못미더웠지만 너무나 괴로워 결국 이시스에게 호루스 외에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다는 약조하에 자신의 진실된 이름을 말하게 되었다.
이 신화를 바탕으로, 성년이 된 호루스가 세트에게 복수를 한후 태양신 라와 합쳐져서 라-호라크티라는 신이 되었으며, 이때부터 호루스의 눈은 태양을 의미하게 되었다.
호루스와 비슷하게 생긴 외모나 권능 때문에 사실 같은 신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실제로 중왕국 시대에는 '지평선의 호루스'를 라와 동일시하여 라-호라크티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진영만 놓고 보면 의외로 사실 서로 적이다. 호루스와 세트의 왕위 다툼에서 여러 신들이 갈팡질팡 할 때에 지혜와 서기의 신인 토트만 일관되게 호루스를 지지한 것처럼 라 역시 일관되게 세트를 지지한 유일한 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세트는 다른 신들은 건드려도 '라'만은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가 광명을 담당하는 신이라는 걸 생각하면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사실 세트는 악신보다는 악동 신, 즉 트릭스터에 가깝고 심지어 원래는 최고의 신으로 숭배받은 신 중 하나이다.
각 지방에 내려오는 신화가 각각 다르다. 태초의 바다 누에서 창조신 아툼이 스스로 태어나 빛이 있으라하자 라가 태어나 세상을 창조했다는 내용이 헬리오폴리스 신화이고, 아툼 대신 프타라는 신이 그리했다는 내용은 멤피스 신화이다. 후에 헬리오폴리스 쪽의 영향력이 더 강해지면서 아툼은 라에 합쳐졌고, 파라오의 절대권력이 강해져 파라오를 상징하는 호루스와 라가 합쳐지면서 라-호라크티라 하는 이름으로 숭배되기도 했으며 신왕조 시대에 테베의 최고신 아문과도 동일시되어 아문-라 라는 이름으로 숭배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신앙을 통해서 집권의 정당성을 추구한 고대 이집트의 왕조 특성 때문인데, 이 때문에 이집트 신화는 집권 세력, 왕조에 따라서 동일한 신임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묘사되거나 다르게 변화되어 여러가지 해석/전승이 내려온다. 라가 세상을 생각만으로 창조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파라오(pah-ra-oh)는 오시리스의 아들인 호루스의 현신이라 여겨졌으나, 후에 호루스와 라의 권위가 거의 일치되어 라의 현신으로 불리기도 했다.
'판타지 이야기 > 이집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암두아트의 서(2/4) - 라의 사후 세계 여행 (0) | 2020.02.18 |
---|---|
암두아트의 서(1/4) - 라의 사후 세계 여행 (0) | 2020.02.16 |
마트(Ma'at, Maat, Mayet) - 법과 정의, 조화, 진리, 지혜의 여신 (0) | 2020.02.13 |
아툼(Atum, Atem, Tem, Temu, Tum) - 스스로를 창조한 창조신 (0) | 2020.02.10 |
누(Nu, Nun, Nuanet, Nunet) - 최초의 신, 혼돈의 바다 (0) | 2020.02.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