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네르갈(Nergal). 니르갈(Nirgal), 니르갈리(Nirgali)라고도 한다. 원래 에라(Erra, Irra)는 셈족의 죽음의 신이며 네르갈과 다른 신이었으나 둘의 공통점이 많아 후에 동일시 되었다.
신분
: 전염병, 역병, 전쟁의 신. 저승의 신이자 죽음의 신. 네르갈이 관할하는 죽음은 외부에서 강제되는 죽음이다. 즉, 노환 같은 자연스런 죽음이 아니라 타살, 사고, 자연재해 등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 태양의 신(다만, 그가 맡은 태양은 한여름의 불타오르듯 작열하는 정오의 태양으로 고통스런 태양이다.)이기도 하다.
모습
: 종종 초승달 모양이나 철퇴를 들고 긴 예복을 입고 전진하는 발로 사람을 짓밟는 남자로 표현된다. 철퇴는 종종 사자머리 위에 얹혀 있다. 그와 일반적으로 관련된 상징은 황소, 야생황소, 사자, 사자머리 철퇴, 초승달 등이다.
가족 :
아버지는 바람의 신 엔릴(Enlil, Ellil), 어머니는 곡물의 여신 닌릴(Ninlil) 또는 대지의 여신 벨리트 일리(Belet-ili, 닌후르사그)이다.
형제로는 달의 신 씬(Sin, Nanna), 농업의 신 닌우르타(Ninurta), 치유의 신 닌아주(Ninazu), 운하의 신 엔빌룰루(Enbilulu)가 있으며,
아내는 비 수메르 태생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라스(Las, Laz), 비교적 하급 신으로 분류되었던 맘마(Mamma, Mammi), 이슈타르의 보좌관 닌슈부르(Ninshubur), 셈족 여신이었던 아드무(Admu, Mari), 비교적 마지막 상대로 여겨진 에레쉬키갈(Erashkigal)이 있었다고 한다.
알려지지 않은 신이지만 수불라(Subula)라는 아들과 다드무스툼(Dadmustum)이라는 딸이 있다.
네르갈의 보좌관(sukkal)은 우쿠르(Uqur)였으며 검의 신이나 신격화된 무기로 보인다.
후에 밤의 감시자와 전령의 신인 이슘(Ishum)이 그의 보좌관이 되었다.
사는 곳 :
명계 쿠르(Kur, Irkalla)
업적 :
1. 저승의 신이 되다.
2. 바빌론을 파괴하다.
전설 :
1. 아누(Anu)에게서 7개의 무기를 받음
아누는 죽음의 신인 에라에게 의인화된 무기로 묘사되는 세베투(Sebettu, Sebitti, Sebittu.일곱 악마 또는 전사)를 주었다. 아누는 에라에게 사람이 많아져 너무 시끄러운 소음을 내거든 이를 사용하여 인간의 수를 줄이도록 명했다.
네르갈은 다양한 악마와 악의 세력을 지배해왔다고 한다. 특히 악명이 높은 것은 '에라의 분노' 신화에서 죽음과 파괴의 대리인 역할을 하던 일곱 신들로, 질병, 죽음, 파괴 등을 담당하였다. 사람들은 이와 관련하여 악마로부터 보호를 받기 위해 네르갈에게 빌기도 하였다.
2. 에레쉬키갈과 결혼하여 저승의 신이 되다.
하늘에서 연회가 열렸는데 아누는 자신의 전령 중 하나인 카카(Kaka)를 보내 에레쉬키갈을 초청한다. 그러나 자리를 비울 수 없었던 에레쉬키갈은 자신의 아들이자 부관인 남타르(Namtar)를 대신 보내 연회에서 자신의 몫을 가져오라고 보낸다.
카카와 남타르가 연회에 참석했을 때 다른 모든 신들은 저승의 여주인인 에레쉬키갈을 존중해 남타르를 환영했지만, 네르갈은 그를 무시하였다. 남타르는 그의 무례를 지적하려 했지만 지혜의 신 에아(Ea, Enki)는 그냥 돌아가 에레쉬키갈에게 그대로 전하라고 한다.
남타르가 저승으로 돌아와 에레쉬키갈에게 그 사건을 그대로 전하자 그녀는 하늘에 자신의 권위를 무시한 네르갈을 저승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 신들의 회의가 열리고 에레쉬키갈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신들은 네르갈을 저승으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여기서 이야기가 두가지로 전해지는데,
첫번째 이야기. 에아는 네르갈에게 14명의 악마를 수행원으로 주면서 저승에서는 앉지도 말고, 먹지도 마시지도 말고, 에레쉬키갈과 자지도 말라고 조언한다. 네르갈은 에아의 조언대로 저승에 가서 먹지도 마시지도 앉지도 않았다. 그러나 에레쉬키갈은 목욕하는 장면을 일부러 보여주어 네르갈을 유혹했다. 성격이 불 같은 네르갈은 참지 못하고 그녀와 6일 동안 잠자리를 같이했다.
7일째 되는 날 네르갈은 지상으로 도망쳐 나왔고 에레쉬키갈은 남타르를 보내 그를 다시 잡아오도록 시켰다. 남타르는 하늘로 올라가 신들 사이에서 네르갈을 찾아다녔지만 네르갈은 에아의 도움으로 이미 다른 모습으로 바꾼 후였기에 남타르는 네르갈을 찾지 못했다.
에레쉬키갈에게 돌아간 남타르는 그를 찾지 못했으며 처음 보는 신이 있었다 보고하는데 에레쉬키갈은 그가 네르갈이라 생각하였다. 그녀는 하늘에 네르갈을 다시 보내줄 것을 요구한다. 만약 보내지 않는다면 저승의 7개의 문을 활짝 열어 저승의 죽은 자들이 지상으로 올라가 세상을 혼란스럽게 하겠다는 협박도 같이 하였다.
신들은 회의에서 다시 네르갈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그를 지하로 보낸다. 네르갈은 그렇게 다시 지하로 내려가 에레쉬키갈의 남편이 되었고 저승의 신이 되었다.
두번째 이야기. 에아는 네르갈에게 14명의 악마를 수행원으로 주었다. 네르갈은 그 악마들과 저승으로 향했고 에레쉬키갈은 자신의 권위를 무시한 네르갈을 죽일 계획을 세우고 기다리고 있었다.
저승의 문지기 네티는 네르갈에게 문을 지날 때마다 그의 무기나 옷을 벗어놓기를 요구했으나 네르갈은 각 문마다 2명의 악마들을 배치하여 문을 열어놓은 채로 에레쉬키갈의 궁전까지 내려갔다.
네르갈은 자신을 죽이려고 기다리던 남타르를 제압하고 에레쉬키갈을 내팽개쳤다. 그가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고 그녀의 목을 베려고 큰 도끼를 치켜들자 에레쉬키갈은 그에게 자신의 남편이 되어 저승을 같이 통치할 것을 제안한다. 네르갈은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여 저승의 신이 되었다. 이 신화는 “그들은 급히 침실에 들어갔다.”라는 문구로 끝난다.
그런데, 이 신화의 뒤에는 지혜의 신 에아가 숨어있다. 네르갈은 질병, 파괴, 죽음, 전쟁의 신으로 그 자신의 본성에 충실할 때 마다 세상에는 큰 재난이 닥쳤다. 에아는 그런 네르갈을 지하에 묶어 둠으로써 인간을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질병, 파괴, 죽음, 전쟁도 인간의 경험 중 일부였으므로 그를 완전히 지하에 묶지 못했고 1년중 반은 지하에 나머지 반은 지상에 머물렀다고 한다.
게다가 네르갈은 지하의 초청으로 내려갔고 문마다 2명의 악마를 배치하여 문을 열어둔 채로 저승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그가 지상에 올라올 때는 그를 대신할 자가 필요하지 않았다.
3. 에라의 분노
네르갈은 오랜 평화에 다시한번 자신의 본능에 충실할 필요를 느꼈다. 그의 보좌관인 이슘(Ishum)은 그를 말렸지만 그의 무기인 세베투(7개의 무기이자 악마)는 자신들에게 먼지가 쌓인다며 불평하는 것으로 그를 부추긴다. 네르갈은 이슘의 조언을 무시하고 인간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다시 느끼게 해 자신에게 존경심을 갖게 해야한다고 말한다.
그의 목표는 바빌론이었다.
그러나 바빌론은 전신 마르두크(Marduk)가 보호하는 도시였다. 네르갈은 마르두크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네르갈은 마르두크의 복장을 보고 너무 허름하고 낡아 신의 권위가 서지 않는다고 놀라워한다. 마르두크는 그동안 너무 바빠 옷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고 대답하자 네르갈은 자신이 도시를 지켜보고 있을테니 그 사이에 옷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마르두크가 네르갈에게 고마워하며 재단사를 찾아 떠난다.
마르두크가 완전히 도시에서 떠나자 네르갈은 도시에 파괴를 자행하고 곳곳에 죽음을 내렸다. 건물과 벽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거리에서 죽었다. 여기저기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이슘이 다시한번 네르갈을 말려보지만 소용이 없었다.
네르갈은 파괴와 죽음의 신이며 그 존재 자체가 파괴와 죽음이다. 그는 부자와 가난한 자, 나이든 자와 어린 자를 구분하지 않고 공평하게 무작위로 죽음을 내렸다.
네르갈이 만족할 만큼 파괴를 하지 못했으나 마르두크가 돌아왔다.
네르갈은 파괴의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 네르갈은 이슘에게 자신의 난동 이야기를 퍼뜨리도록 지시하였다. 이슘은 남은 자들이 번성할 것이라는 예언을 남겼다. 이 시는 네르갈을 찬양하는 것으로 끝난다.(아마도 이 시를 적은 사람은 네르갈을 비난할 용기가 없었을 듯)
소지품 :
세베투(Sebettu, Sebitti, Sebittu) : 7명의 작은 전쟁신 또는 악마, 혹은 7개의 네르갈의 무기들. 신들의 왕인 아누(Anu)에게서 인간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그 수를 줄이라는 명과 함께 받았다.
기타 :
1. 우투와 같이 태양신의 역할을 일부 나눠갖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 네르갈이 담당한 것은 불벼락같은 한 낮과 여름의 태양이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여름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불모의 계절이었고, 한 낮의 뙤약볕은 농사일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작물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2. 또한 저승의 신 답게 무섭고 불친절하지만, 뇌물받는 걸 싫어하며(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신에게 바치는 부장품 따위의 장례비용이 적게 든다는 얘기) 매우 공정한 성격이라 인기가 좋았고 숭배도 많이 받았다.
네르갈은 이유없이 파괴와 멸망을 내리지만 이는 죄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그의 본성이기 때문에 실현한다. 네르갈은 무작위의 죽음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인간의 존경을 받는다.
3. 무섭고 폭력적인 전쟁신임에도 불구하고 네르갈은 종종 수호신으로 불렸다. 그가 지하 세계에서 에레쉬키갈과 함께 있든 지상을 배회하든, 사악한 악마나 영혼과 싸울 때 그를 부를 수 있다. 그는 특히 엑소시즘에 대한 요청을 많이 받았으며 많은 기도와 주문에서 언급되었다. 누군가가 병에 걸리거나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악령에 시달린다고 생각되면 네르갈을 찾았다.
4. 네르갈의 주요 숭배 도시는 쿠타(Kutha)였으며 디바트(Dibat), 이신(Isin), 라르사(Larsa), 니푸르(Nippur), 우르(Ur), 우르크(Uruk) 등에서도 숭배되었다.
그의 사원은 에-메슬람(E-meslam)이라고 불렀으며, 네르갈을 메슬람태아(Meslamtaea : meslam에서 나오는 자)라고 불렀다.
5. 그의 무시무시한 명성은 집을 악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것으로 믿어졌기에 부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6. 화성과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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