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펜리르(Fenrir). “펜(늪)에 사는 자”라는 뜻이다. 다른 이름으로 펜리스울프(Fenrisúlfr, 펜리르 늑대), 흐로드비트니르(Hróðvitnir, 악명높은 늑대), 바나간드(Vánagandr, 반 강의 괴물)가 있다.
신분 :
요툰(아버지 로키와 어머니 앙그르보다는 요툰이다.)
바르그(warg, vargr. 펜리르와 그 아들들을 비롯한 괴물 늑대) 중 하나.
신수(神獸)
모습
: 거대한 늑대의 모습이며 입의 크기가 땅 끝에서 하늘 끝까지 닿는다고 한다.
가족 :
아버지는 장난의 신 로키
어머니는 요툰 앙그르보다(Angrboða).
남동생 요르문간드(Jörmungandr), 여동생 헬(Hel)이 있다.
아내는 철의 숲 야른비드르(Járnviðr)에 사는 이름모를 요툰.(야른비댜라고도 한다.)
자식으로 해를 쫓는 스콜(Sköll)과 달을 쫓는 하티 흐로드비트니손(Hati Hróðvitnisson)이 있다.
묶인 곳
: 암스바르트니르(Amsvartnir, 검은색) 호수의 링그비(Lyngvi, 진달래꽃이 무성한 곳) 섬
업적 :
오딘을 죽였다.
전설 :
1. 펜리르의 탄생
로키와 앙그르보다 사이에서 펜리르, 요르문간드, 헬이 태어났다. 어느 전설에서는 로키가 앙그르보다의 심장을 먹고 가슴이 부풀어 그곳에서 펜리르, 요르문간드, 헬이 태어났다고도 한다.
셋은 어느 숲속에서 앙그르보다 혹은 이름모를 늙은 여자 요툰의 보호 아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이 셋이 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애시르 신들이 오딘의 명을 받아 셋을 잡아간다.
2. 성장
신들이 펜리르, 요르문간드, 헬을 오딘 앞으로 데려오자 오딘은 요르문간드를 미드가르드의 바다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헬은 니플헤임(Niflheim)으로 보내 다시는 지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했다. 대신 저승의 권리를 주어 헬(그녀의 이름과 저승의 이름이 같다.)을 다스리게 했다.
그러나 펜리르는 혼란을 일이키지 못하도록 어디로 보내지 않고 아스가르드에서 키우기로 했다. 펜리르는 크고 사나운 늑대였기에 아무도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오직 용기있는 티르(Týr)만이 그에게 접근하여 먹이를 주고 돌봐 주었다.
3. 묶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가는 펜리르를 보며 신들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의 몸집이 지나치게 커졌기 때문이다. 불길한 예언을 들었던 신들은 펜리르를 묶어두기를 원했다.
신들은 펜리르에게 강철로 만든 레이딩(Leyding)이라는 사슬을 보여주며 너의 힘을 과시해 보라고 제안한다. 펜리르가 보기에 쉬워 보였기에 신들이 자신을 묶는 것을 가만히 두었다. 그리고 다 묶였을 때 다리를 크게 움직이는 것으로 족쇄를 모두 끊어버렸다. 신들은 겉으로는 펜리르의 힘을 칭송하며 물러났다.
놀란 신들은 다음엔 더욱 굵고 튼튼한 드로미(Dromi)라는 힘줄로 만든 밧줄을 준비했다. 신들은 펜리르에게 보여주며 이것은 지난번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지만 너의 힘이라면 풀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풀 수 있다면 너의 명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다시 한번 묶여보라고 제안했다. 펜리르는 전보다 더욱 튼튼해 보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명성을 올릴 수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신들이 자신을 다시한번 묶는 것을 허락했다. 그리고 다 묶이자 몸을 크게 흔들었다. 처음에는 펜리르도 힘들어하는 듯 했으나 더욱 힘을 주자 드로미도 끊어지고 말았다. 신들은 펜리르의 힘을 칭송하며 물러났다.
이제 신들은 정말로 심각해졌다. 펜리르의 힘이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강했기 때문이다. 결국 오딘은 프레이의 하인 스키르니르(Skírnir)를 스바르탈파헤임(Svartálfaheimr)으로 보내 드베르그에게 결코 끊을 수 없는 족쇄를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야기를 들은 드베르그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재료를 사용해 끊을 수 없는 마법의 끈을 만들기로 했다.(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끊을 수도 없다는 의미이다.) 드베르그들은 고양이의 발소리, 여자의 수염, 곰의 힘줄, 산의 뿌리, 물고기의 숨결, 새의 침 등 여섯가지 재료를 사용해 리본처럼 부드럽고 가는 끈을 만들었다. 드베르그들은 이 끈을 글레이프니르(Gleipnir, 얽힘)라고 불렀다. 스키르니르는 그 끈을 가지고 아스가르드로 돌아왔다.
신들은 펜리르를 암스바르트니르(Amsvartnir, 검은색) 호수의 링그비(Lyngvi, 진달래꽃이 무성한 곳) 섬으로 데려갔다. 펜리르에게 글레이프니르를 보여주며 다시한번 너의 힘을 시험해보자고 제안한다. 펜리르가 보기에 너무 부드럽고 가는 끈이기에 이 끈을 끊어봤자 자신의 명성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신들은 이 끈은 보기보다 강한 마법의 끈이라며 너의 힘을 자랑해보라고 한다. 펜리르는 만약 내가 풀 수 없다면 난 꼼짝없이 묶이는 것이니 싫다고 거절했다. 신들은 다시 너의 힘이라면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꼬드겼다. 펜리르는 마법의 끈이라면 자신이 모르는 속임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의심한다. 그래서 나의 용기를 의심하지 말고 누군가 오른손(정의로운 맹세를 상징한다.)을 자신의 입 안에 넣어 선의를 증명하라고 대답한다. 신들은 어찌할 수 없어 서로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때 티르가 나서서 펜리르의 입 안에 오른손을 넣었다.
이렇게 펜리르는 글레이프니르에 묶이게 되었고 다 묶이자 펜리르는 끈을 풀기 위해 힘을 주었다. 그러나 끈은 끊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펜리르의 몸을 더욱 옥죄었다. 아무리 힘을 줘도 풀리지않자 펜리르는 결국 포기하고 자신을 그만 풀어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신들은 웃기만 할뿐 풀어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펜리르는 자신의 입 안에 있던 티르의 오른손을 물어뜯었다.
(이때 아스가르드에서 유일하게 자신에게 잘해준 티르였기에 물기를 주저하자 티르는 자신이 선의의 맹세를 어겼으니 약속대로 자신의 손을 물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펜리르와 티르를 제외한 모두가 웃었다. (정의의 신 티르는 오른손을 잃어 웃지 못했다기보다는 펜리르를 속인것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했기에 웃지 못했던 듯하다.) 펜리르가 완전히 묶였다는 것을 확인한 신들은 겔갸(Gelgja, 족쇄)라는 끈을 꺼내서 그 끈을 글레이프니르에 매달고 굘(Gjöll ,죽은자와 산자를 가르는 강의 이름. 비명이라는 뜻이 있다.)이라는 석판 아래 깔아버린 뒤, 석판을 땅 속 깊이 박아 버렸다. 그 뒤 트비티(Thviti, 때리는 자)라는 커다란 돌을 가져와 더욱 깊숙히 박아 고정시켰다.
펜리르는 격렬하게 반항했다. 턱을 크게 벌려 신들을 물려고 했다. 천지가 떨리도록 울부짖었다. 그러자 신들은 늑대의 입에 칼을 꽂았다. 칼자루는 아래턱에 닿았고 칼 끝은 위턱에 닿았다. 그렇게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고는 재갈을 물렸다. 펜리르는 끔찍하게 울부짖었고 그의 입에서 침이 계속해서 흘러나와 반(Ván, 희망, 기대)이라는 강을 이루었다.
펜리르는 그렇게 바위에 묶여 라그나로크가 일어날 때까지 계속 누워있어야 했다.
4. 라그나로크
라그나로크가 일어나면 기존의 질서는 무너지고 Fimbulvetr로 알려진 3년의 기간동안 겨울이 계속된다. 세 마리의 수탉이 우는데 퍌라르(Fjalar, 기만자)라는 붉은 수탉이 요툰을 향해 울고, 두번째로 굴린캄비(Gullinkambi)라는 황금 수탉이 신들을 향해 운다. 저승에서 이름모를 세번째 수탉이 울어서 라그나로크의 시작을 알린다.
펜리르의 아들 스콜(Sköll)이 태양을 집어삼키고, 다른 아들 하티 흐로드비트니손(Hati Hróðvitnisson)이 달을 집어삼킨다. 하늘의 별이 사라지고 세상이 어둠에 잠긴다. 땅이 흔들리고 나무들이 뿌리를 드러내며 산이 무너졌다.
라그나로크가 일어나면 모든 속박이 풀리고, 경계가 무너진다. 이때까지 글레이프니르에 묶여 분노와 복수심을 키워왔던 펜리르의 속박도 드디어 풀려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크게 벌렸다. 그의 입이 얼마나 큰지 아랫턱은 땅에 닿고 윗턱은 하늘에 닿았다. 그의 눈과 콧구멍에서는 불꽃이 타올랐다.
그의 형제 요르문간드가 비그리드(Vígríðr) 평원에 도착하고 요투나르와 죽은자들이 손톱으로 만든 배 나글파르(Naglfar)를 타고 도착했다. 로키가 수르트(Surtr)와 엘드요툰(불의 거인)을 배에 태워 전장에 도착했다. 때가 도래했음에 신들도 전쟁을 준비한다.
무지개 다리 비프로스트(Bifrǫst)가 무너지고 신들과의 전쟁이 벌어졌다. 요르문간드는 토르와 싸우고 같이 죽었고, 로키는 헤임달과 싸워 서로의 몸통에 머리를 박은채 같이 죽었다. 가름(Garm)은 티르와 싸워 같이 죽었다. 프레이는 그의 검이 없이 수르트와 싸우다 죽고 세상은 불에 휩싸인다.
펜리르는 예언대로 오딘을 잡아먹는다. 그러나 역시 예언대로 오딘의 아들 비다르(Víðarr)에게 죽는다. 비다르가 펜리르의 아랫턱을 발로 밟고 윗턱을 들어올려 입을 찢고 심장에 칼을 꽂아 펜리르를 죽인다. 비다르에게는 ‘영원의 시간 동안 모아진 재료’로 만들어진 전설적인 신발이 신겨져 있었다.
기타 :
1. 펜리르는 힘이 엄청난 늑대였을 뿐이고 악행을 저지른 일은 없다. 펜리르가 라그나로크 때 오딘을 죽인다는 무녀의 예언과 탄생 과정 때문에 신들이 지레 겁을 먹고 펜리르를 묶어 놓았는데 펜리르는 이 일로 신들에게 원한을 가진다. 라그나로크 때까지 묶여 있다가 결국 풀려나서 예언대로 오딘을 죽였다.
2. 라그나로크를 예언하고 있는 원전에서는 길피라는 인간이 ‘그럼 왜 펜리르를 지금 죽여버리지 않냐’고 묻는데, 신들은 신성한 장소를 매우 존중하기 때문에 오딘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더라도 피로 물들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그럼 다른 곳으로 데려가 죽이면 되지 않나? -_-)
다른 설화에서는 애초부터 죽일 수가 없었기 때문에, 펜리르가 위협이 되리라는 예언을 두려워하고 그에 따라 글레이프니르까지 만들어가며 펜리르를 구속했다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죽일 수가 있었다면 예언 때문에 두려워할 이유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 또한 토르의 호전성을 생각하면 토르가 그 예언을 듣고 펜리르를 가만히 놔둘 이유가 없다.
3. 펜리르의 이름 중에 바나간드(Vánagandr)는 ‘반 강의 괴물’이라는 뜻인데, ‘반’은 ‘희망, 기대’라는 뜻이다. 펜리르가 글레이프니르에 구속당하고 입에 칼을 찔린채 바위에 묶여 침을 흘렸는데 그 침이 흘러 ‘반 강’이 되었다. 꼼짝없이 라그나로크를 기다리는 펜리르가 반(희망, 기대)을 품고 기다렸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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